화석에너지 고갈, 환경오염이라는 큰 문제를 앞두고
자동차 업체들은 친환경 자동차를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한차례 하이브리드 붐이 지나가고, 전기자동차가 속속 출시를 알리고 있는 시점이지요.
전기자동차가 힘을 얻으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연비? 전기자동차는 80~90%에 달하는 주행 효율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능? 모터로도 시속 300km/h이 넘는 고성능 자동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디자인? 엔진이 없어 기존 자동차보다 훨씬 자유로운 디자인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편의성에 있어 최악의 단점이 두가지 있습니다.
바로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이죠.
지금까지 나온 전기차중 아무리 빠른 충전시간을 가지는 차도 1시간 이내 충전은 힘들고,
한번 충전해서 갈 수 있는 거리는 기껏해야 100~200km정도입니다.
결국 전기차 성공의 열쇠는 얼마나 효율적인 배터리를,
얼마나 빠르고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냐는 문제가 됩니다.
2014년 출시 예정인 BMW i3 전기차.
전기차용 배터리가 가져야 할 특성
전기차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최근 출시된 전기차의 가격을 살펴보면,
기아자동차의 레이 전기차는 4500만원대,
르노삼성자동차의 SM3 ZE 전기차는 무려 6390만원입니다.
이렇게 비싼 이유는 배터리 가격이 차량 가격의 20~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싸기 때문입니다.
엔진을 제거한 빈 차량에 배터리와 모터, 구동시스템을 탑재하면
엔진을 탑재한 동일 모델에 비해 2~3배나 비싸지게 됩니다.
도대체 전기차용 배터리가 뭐길래 이렇게 비싼 걸까요?
1. 고용량
배터리의 용량은 주행거리와 비례합니다.
같은 무게와 크기라면 용량이 큰 편이 좋습니다.
현재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100~200km정도 주행할 수 있는데,
근거리 이동에서는 이것으로 충분하지만 장거리 운행은 불가능하죠.
전기차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00km정도는 운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2. 수명
충방전을 거듭해야 하는 2차전지(충전배터리)는 정해진 수명이 있습니다.
배터리를 1회 충전-방전하는 것을 1사이클이라고 하는데,
배터리의 수명은 정상적으로 이용 가능한 총 사이클 수로 표현합니다.
1000사이클 배터리라면 하루 한번 충전-방전을 하면 3년 남짓 운행후 배터리를 교체해야 합니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배터리를 3년마다 교체해야 한다면 전기차를 탈 이유가 없겠죠?
3. 소형 경량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배터리 종류나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100kg에서 많게는 500kg까지 차지합니다.
차체 무게가 늘어난다는 것은 주행 효율 감소로 이어집니다.
배터리는 최소한의 크기와 무게를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4. 안정성
얼마전 중국에서 전기자동차 택시가 사고후 화재가 발생으로
운전자와 승객이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전기차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배터리라고 하는 것은 에너지를 머금고 있는 물체이기 때문에
고열, 고압, 파손, 누전 등에 노출될 경우 화재, 폭발의 위험이 있습니다.
자동차는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 주행시 발생하는 열, 한겨울의 혹독한 추위
사고시의 강력한 충격을 모두 견뎌내야 합니다.
5. 고속충전
현재 전기자동차는 급속충전시 1시간 내에 80%정도 충전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장거리 주행을 위해 완전충전을 하면 6시간정도 소모되지요.
30분 정도로 줄어든다고 해도 휘발유처럼 간편하게 주유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고속충전을 위해서는 별도의 충전인프라가 필요한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종류
1. 리튬이온(Li-ion)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대세로 굳어가고 있는 배터리입니다.
리튬이온식 배터리는 현재까지 출시된 배터리중 크기/무게대비 충전량이 가장 많습니다.
그만큼 작고 가볍게, 고용량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충방전 내구성도 뛰어난 편이어서 오랬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충전후 사용하지 않고 보관했을때 자연방전되는 양도 한달에 5%미만으로
장시간 차를 운행하지 않았을 때에도 배터리 방전의 걱정을 덜을 수 있습니다.
리튬이온의 단점은 안정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휴대폰이나 노트북 배터리로도 자주 사용되는데,
배터리 폭발 관련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리튬이온 배터리죠.
자동차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안정성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닛산 리프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 이온 배터리팩.
안정성을 위해 차체 하단부에 보호용 프레임을 사용해 수납하고 있습니다.
- 티탄산염-리튬 배터리(lithium-titanate)
티탄산염 리튬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일종으로 충전 특성이 굉장히 뛰어난 특징이 있습니다.
음전극(애노드) 표면에 탄소 대신 티탄산염-리튬 나노크리스탈을 입힌 것으로
일반적인 카본 전극은 그램당 3평방미터 정도의 표면적을 가지는것에 반해,
티탄산염-리튬은 1그램당 100평방미터의 표면적을 만들어냅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충전속도가 훨씬 빠르지만 전압과 용량은 다소 떨어진다는것이 단점입니다.
현재 상용화 된 티탄산염-리튬이온 배터리는
알테어나노(Altairnano)의 '나노세이프', 도시바의 'SCiB' 등의 제품이 있습니다.
도시바 SCiB 배터리 셀.
도시바의 SCiB는 Super Charge ion Battery 의 약자로
이름에서 보다시피 충방전 사이클이 5천회로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으며,
5분 충전으로 90%까지 충전이 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충전됩니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어 짦은 시간에 과전류 충전을 해도 위험성이 없습니다.
SCiB는 미쯔비시의 아이미브(i-MiEV)에 채용된 바 있고,
2012년 내에 출시될 혼다의 EV-neo 전기바이크, Fit EV 등에 탑재될 예정입니다.
- 안정성강화분리막(SRS : Safety Reinforced Separator)
리튬이온 전지 내부에는 전극이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분리막(Seperator)이 있습니다.
전극이 직접 닿아 누전이 되면 급격한 반응으로 인해 폭발을 할 위험이 있는데,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이 분리막의 역할로 안정적으로 작동하지만,
고전압이나 고온환경에서는 분리막이 제역할을 하지 못해 폭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안정성강화분리막은 분리막에 세라믹 코팅을 하여
고전압 고온 환경에서도 폭발하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자동차용 배터리에 있어서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리튬 폴리머 배터리(Li-po)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액을 겔 상태로 만들어서
충격시 전해질이 새어나오지 못하게 만든 것입니다.
파손시 발화나 폭발할 우려가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보호용 케이싱이 견고해야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무게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 니켈-수소 배터리(NiMH)
니켈수소 배터리는 양극에 수소흡장합금을 사용한 배터리로
니켈-카드뮴(Ni-Cd)배터리에 비해 2배정도 용량이 큽니다.
보통은 AA, AAA사이즈의 건전지 형태로 많이 이용되는데,
하이브리드 차량의 배터리에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니카드 배터리는 메모리현상이 있어 수시로 충방전을 해야 하는 자동차 배터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데,
니켈수소 배터리는 메모리현상이 거의 없어 자동차용 배터리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값이 싸고 비교적 용량이 크며 안정성도 좋은 것이 장점입니다.
단점은 충방전 사이클이 1000~2000회 정도로 짦아 3~5년 운행후 교체해야 하며
자가방전률도 높은 편이라 충전후 하루 방치하면 5~10%정도가 방전되며 이후 0.5~1%씩 매일 방전됩니다.
배터리가 방전되더라도 엔진으로 시동이 가능한 하이브리드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완전 전기차에서는 빠른 자가방전으로 실제 사용가능한 용량이 다소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자가방전 문제를 해결한 니켈수소 배터리도 있지만 표준 니켈수소 배터리보다 용량이 적은 편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토요타 프리우스(NHW20)에 사용된 니켈수소 배터리팩.
3. 고압 납배터리
고압 납배터리는 기존 자동차용 배터리인 납배터리를 직렬 연결하여 고압(100~300v)으로 만든 것입니다.
납배터리의 장점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입니다. 리튬이온에 비해 안정성도 좋은 편입니다.
기존에 쓰이던 방식의 배터리를 이용하는 것이라 제작에 큰 기술도 필요치 않습니다.
하지만 납배터리는 리튬이온에 비해 덩치가 크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일반 자동차용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수명이 2년 정도로 리튬이온에 비해 다소 짦은 편입니다.
1회 충전거리 100km미만, 최고속도 60km/h 미만의 저속전기차에 적합한 배터리입니다.
충전시스템 - 챠데모 vs 콤보
전기차가 널리 보급되려면 현재 주유소에 해당하는 충전 인프라가 널리 확보될 필요가 있습니다.
충전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표준 충전 시스템을 확립하여
제조사와 관계없이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현재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충전표준이 정해지지 않아 제조사마다 제각각인 상황입니다.
넒게 보면 보면 일본차 진영의 챠데모(CHAdeMO)와
유럽 진영의 콤보(COMBO)가 표준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1. 챠데모(CHAdeMO)
챠데모는 토요타, 닛산, 후지중공업(스바루), 미쯔비시 등 일본 자동차회들이 주축으로 만든 규격입니다.
각 전기차와 배터리 타입에 따라 충전 특성과 컨디션이 다르고,
일괄적으로 정해진 충전 방식을 따르면 추후 발전된 배터리에 대응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챠데모인데, 챠데모는 충전 시스템과 배터리가 통신하여
각 배터리에 맞는 최적의 전압과 전류를 공급해 주는 방식입니다.
챠데모 방식은 충전 표준중 유일하게 실용화되어있는 방식입니다.
챠데모 충전기는 2012년 5월 기준 일본내에 1100여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미쯔비시의 아이미브(i-MiEV), 닛산 리프가 챠데모 방식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챠데모 방식을 채용한 닛산 리프 전기차.
챠데모 방식은 직류커넥터와 교류커넥터가 별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위 사진의 왼쪽 두꺼운 커넥터가 직류 커넥터, 오른쪽의 얆은 커넥터가 교류 커넥터인데,
아무래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커넥터가 분리되어 있으면 혼란이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챠데모 직류 충전 커넥터
2. 콤보(COMBO)
현재 유럽에서 실용화된 전기차들은 제각각의 플러그와 충전장치를 사용하고 있어
전기차 보급 확대의 걸림돌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콤보 방식은 제각각인 표준 규격을 통일하기 위해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서 표준화한 규격으로,
아우디, BMW, 다임러, 포르쉐, 폭스바겐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콤보 방식의 충전 커넥터. 아래쪽 부분이 직류, 위쪽이 교류를 담당합니다.
콤보 방식 커넥터는 챠데모와 다르게 AC와 DC가 하나로 통합되어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충전방식을 구분하지 않고 그냥 꼽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훨씬 간편한 방식입니다.
AC충전, 급속AC충전, 가정용DC충전, 공공용 초고속 DC충전을 지원합니다.
다만 아직 실용화된 방식은 아니라서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어 있는 방식은 아닙니다.
2012년 중순 상용화 예정입니다.
3. 무접점 충전식
무접점 충전식은 충전시설이 갖춰진 주차장이나 차고 등에 차를 주차해 두기만 하면
무선을 통해 전기가 자동으로 충전되는 방식입니다.
케이블을 연결할 필요가 없어 간편하고 구축비용도 비싸지 않지만,
케이블식에 비해 충전 효율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닛산 리프 전기차의 무선충전 장면.
4. 모듈교환식(퀵 드롭 시스템)
모듈교환식은 배터리를 탈착하기 편하도록 모듈 형태로 만든 뒤,
미리 충전해둔 배터리 팩으로 교체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재운행에 걸리는 시간이 가장 적게 들고 운전자 입장에서 사용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운전자가 일일히 충전을 하지 않아도 되고, 배터리 수명을 신경쓸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배터리 교환소를 구축하는데 금액이 많이 소요되고,
충전하여 사용하는 방식 보다는 가격이 비쌀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기차 배터리 교환 시스템 시범 영상.
전기차, 화석연료 효율을 넘어설 날은?
최근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며 관련 기술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충전에 드는 전기요금과 연료비의 직접적인 비교만을 보면
전기차가 훨씬 효율이 좋은 것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아직 전기차의 효율은 휘발유, 경유차에 비해 떨어지는 편입니다.
전기차 자체의 효율은 80~90%에 육박하는 수준이지만,
연료를 사용해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때 효율이 40%정도이고,
충전할때 또다시 효율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보면 30%가 채 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또 중국에서는 전체 전기 생산량 90%가 화석연료에 의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전기차의 친환경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가 처음부터 성공적인 길을 걷지만은 않았듯이,
전기차 역시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화석연료 자동차를 넘어설 때가 곧 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오늘의 보배드림 이야기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