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제원을 표시할 때 반드시 표기되는 항목 중 '배기량' 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결정하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되는 항목이죠.
또 보험료도 배기량을 감안하여 산정되고, 차급을 구분할때도 배기량을 기준으로 합니다.
배기량이 크면 엔진 크기가 커진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정확히 배기량이 뜻하는 것이 뭘까요?
오늘 보배드림 이야기에서는 배기량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배기량이란
배기량은 연소실 내부의 체적을 말합니다.
π x 연소실 반지름(보어/2)² x 피스톤의 왕복거리(스트로크) x 기통수 = 배기량
엔진 연소실 내부의 체적은 위 방법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주로 cc(씨씨), ℓ(리터)로 표현합니다. (1cc=1cm³, 1000cc = 1ℓ)
위 그림의 붉은 부분이 실린더 내의 체적, 즉 배기량입니다.
그런데 연소실 내부 체적이면 그냥 체적이라고 하면 되지,
어째서 "배기량"이라는 표현을 쓰는 걸까요?
엔진은 흡기 - 압축 - 연소 - 배기의 4과정을 통해 움직입니다.
연소를 끝내면 연소 가스를 밖으로 배출해야 하는데,
이때 위에 설명한 공식 만큼의 체적을 가진 연소가스가 밖으로 방출되게 되지요.
이 "밖으로 내보내는 기체의 양"을 한자어로 표현하면 배기량이 됩니다.
보어-스트로크에 따른 엔진의 특성 변화
같은 배기량이라고 하더라도 보어와 스트로크 비율에 따라 엔진 특성은 완전히 바뀝니다.
예를들어 보어 80mm 스트로크 80mm 인 4기통 엔진은 1608cc과
보어 72mm, 스트로크 99mm인 4기통 엔진은 1612cc로 배기량에는 큰 차이가 없죠.
보어보다 스트로크가 짦은 엔진을 "숏 스트로크 엔진"이라고 합니다.
이런 엔진은 고회전에 유리하기 때문에 고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다만 숏스트로크 엔진은 낮은회전수에서 토크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레이스카가 아닌 이상 많이 쓰이진 않습니다.
보어와 스트로크가 같은 엔진은 "스퀘어 스트로크 엔진"이라고 합니다.
역시 고회전에 유리한 엔진으로, 양산차중 고회전 고출력 엔진에 많이 쓰입니다.
보어보다 스트로크가 긴 엔진은 "롱 스트로크 엔진"이라고 하며
한계 회전수는 낮지만 낮은 회전수에서 토크가 강하게 됩니다.
따라서 디젤 트럭 같은 낮은RPM에서 힘을 발휘해야 하는 차량에 쓰입니다.
롱 스트로크 엔진은 저출력에서 토크밴드가 두터워
일상생활에서 운전하기에 편하지만, 고속주행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배기량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 다운사이징
배기량은 엔진의 출력에 큰 영향을 줍니다.
엔진은 빨아들인 혼합기가 많을수록 연소시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게 되는데,
다른 과급 장치가 없다면 배기량만큼의 혼합기만을 빨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기량은 무한정 늘릴수만은 없습니다.
배기량이 커지면 엔진 크기, 무게도 같이 늘어나게 되고
엔진이 그만큼 복잡해지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내구성은 떨어집니다.
특히 고출력 대배기량 엔진은 연비가 크게 악화되는 단점이 있는데,
필요에 따라 특정 기통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보자면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면 엔진 크기는 줄이는 것이 유리합니다.
배기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혼합기를 억지로 밀어넣으면 됩니다.
기체는 압력이 가해지면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에 더 많은 혼합기를 넣을 수 있게 되고,
작은 배기량으로도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주로 터보차저, 슈퍼차저 등 과급기를 이용해 엔진 내에 혼합기를 강제로 밀어넣는 방법을 많이 씁니다.
-장점
강제과급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출력.
작은 배기량의 엔진을 과급하면 대배기량 엔진에 필적하는 출력을 얻을 수 있고
높은 연비를 실현하는데에도 유리합니다.
-단점
강제과급식은 혼합기를 밀어넣는 과정에서 과급 장치가 필요하고,
더 정밀하게 엔진을 컨트롤 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보다는 가격이 비쌉니다.
애프터마켓 제품을 설치한 경우에는 엔진에 맞게 세팅을 하지 않으면 내구성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배기량에 비해 강한 힘을 낸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열이 방출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열관리도 매우 중요해집니다.
강제과급의 단점은 대체로 기술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기술력이 좋아진 최근에는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강제과급식 저배기량 엔진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를 '다운사이징'이라고 하는데,
대형차에 중형차급 엔진을, 중형차에 소형차급 엔진을 탑재하는 등
엔진의 배기량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차급의 기준 = 배기량?
기존 3.3~3.8L 엔진을 탑재했던 제네시스에 비해
5038cc의 커다란 배기량의 엔진을 탑재하고 출시한 '제네시스 프라다'.
한 등급 위 차종인 '에쿠스 VS500'에 탑재되는 엔진을 얺었지만, 이 차를 '에쿠스급'이라고 봐야 할까요?
배기량을 늘리려면 연소실을 크게 만들어야 하는데,
자동차용 휘발유 엔진에서 실린더 하나의 크기는 500cc정도가 적당하죠.
그 이상의 크기로 만들면 출력도 그다지 늘지 않고 진동도 커집니다.
따라서 배기량을 크게 만들려면 엔진의 기통수를 늘려야 합니다.
또한 기통수가 늘어날수록 엔진 구조는 복잡해지고, 커지므로 비용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배기량이 큰 엔진은 대체로 크고 비싼 고급차에 적용이 되기 마련이죠.
차의 크기에 따라 탑재할 수 있는 엔진의 크기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차량을 분류할 때 배기량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금 산정을 위한 분류를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술 발달로 작은 배기량으로도 고출력을 낼 수 있고,
전세계적인 추세가 다운사이징으로 이어지면서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세금 체계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 체계를 합리화하기 위해 약간의 세제 개편이 이루어졌는데,
기존 5단계 구분을 3단계로 줄인 것이죠.
사실 이 기준 변화는 한-미FTA에 따른 조치인데,
전체적으로 배기량에 비해 세금이 줄어들어 국산차 소유주분들도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특이한점은 1000cc까지 경차로 인정했다는 점인데요,
전세계적인 추세로 보면 역행을 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약간 듭니다.
최근 유럽에서는 환경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
자동차세의 기준을 배기량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연비로 변경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유럽차 중 연비나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에 집중한 차량이 최근 자주 보이는 것도 이때문이죠.
아무튼, 수십년간 '차급을 대표하는 기준'으로 자리잡아왔던 배기량도
다른 기준에 자리를 내 주어야 할 때가 오고 있는 것 같네요.
배기량에 대해 궁금하던 점 속시원히 해결 되셨나요?
자동차를 알아볼 때, 물론 직접 타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배기량, 보어, 스트로크, 과급기 유무 등 여러가지 정보를 종합해서 보면
단순히 제원만 보더라도 그 차량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보배드림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