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틸레이티드 디스크와 고성능 패드 등 브레이크시스템이 점점 발전함에 따라

브레이크 파열로 인한 사고 사례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것이 트럭이나 버스 등 대형 차량의 브레이크 파열 사고.

브레이크 파열에 대한 원인을 알고 있었다면 피할 수 있는 사고이기도 합니다.

 

오늘 보배드림 이야기에서는 브레이크 파열의 대표적인 현상

'페이드'와 '베이퍼 락'에 대해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레이크 파열의 원인 - 열!

 

 

자동차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브레이크는 마찰력을 이용한 브레이크입니다.

이런 브레이크는 크게 드럼 브레이크와 디스크 브레이크로 나뉘는데,

이 둘의 공통점은 마찰력을 이용해 차량의 운동에너지를 열로 바꾸어 발산한다는 점.

이때 발생하는 열이 브레이크 파열의 주된 원인이 됩니다.

 

 

페이드

 

페이드는 브레이크 패드가 과열되어 마찰계수가 낮아지는 현상입니다.

마찰재는 온도가 상승할수록 마찰계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잦은 브레이크 사용으로 온도가 약 섭씨 300도를 초과할 정도로 뜨거워지면

브레이크 패드의 성능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내열 한계를 넘어서 녹아내리면서 화염을 뿜어내는 브레이크 패드.

 

페이드는 열이 빠져나가기 어려운 드럼식 브레이크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데,

뜨거운 열로 달구어진 드럼이 열팽창을 해 직경이 더 커지기도 하고,

드럼 자체의 형태가 변형되면 라이닝과의 접촉면이 적어져 브레이크가 더욱 듣지 않게 됩니다.

드럼식 브레이크는 구조적으로 페이드를 피하기 힘든 구조이므로

운전자가 미리 페이드에 대비하는 브레이크 조작 방법을 숙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베이퍼 락

 

베이퍼 락은 유압식으로 작동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에서 발생합니다.

배력효과가 큰 유압식 브레이크는 드럼/디스크를 막론하고

자동차라면 거의 모두 쓰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이 유압 시스템에서 힘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브레이크액은

특정 온도 이상으로 가열되면 끓어오르게 되는데,

한번 끓어오르는 현상이 발생하면 브레이크 시스템 내부에 기포가 발생하여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기포가 수축될 뿐 캘리퍼나 라이닝으로 힘이 전달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페이드는 밟는 느낌은 그대로지만 브레이크가 쭈욱 밀리는 느낌이 나고,

베이퍼 락은 브레이크가 고장난듯 반발력이 없이 푹푹 들어가는 느낌이 납니다.

 

 

브레이크 파열 예방법

 

- 과적, 과속금지

차량의 운동 에너지는 차량의 무게에 비례하며 속도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즉 2톤의 무게를 가지는 차는 1톤 차에 비해 2배의 운동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100km/h로 달리는 차는 10km/h로 달리는 차에 비해 100배의 운동 에너지를 가집니다.

과적을 하지 않고, 과속을 하지 않는 정상적인 주행 상황이라면

브레이크 파열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서킷 주행 등 스포츠 주행용 차량인 경우에는

필히 브레이크를 고성능으로 교체해 주어야 합니다.

 

- 엔진브레이크의 적극적인 활용

엔진브레이크는 엔진의 압축과 구동계의 마찰력을 제동에 이용하는 것입니다.

어떤 운전자는 감속시 클러치를 동시에 밟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차단하고 브레이크에 무리를 주게 됩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브레이크만 밟으면 충분한 엔진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특히 대형 트럭 등 페이드가 생기기 쉬운 차량에는 엔진 브레이크를 강화하기 위해

배기 브레이크, 리타더, 터보 브레이크 등 다양한 장치가 있어

이를 충분히 활용하면 브레이크 파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 정기적인 정비

브레이크 패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마모되어 두께가 얆아지는데,

두께가 얆아질수록 과열이 되기 쉬워 페이드 현상이 쉽게 생깁니다.

알뜰하게 끝까지 쓰는 것도 좋지만, 어느정도 마모가 되었다고 생각될 때

브레이크 패드를 미리 교체하면 페이드 현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브레이크액은 주행거리와 관계없이 대기중의 수분이 자연적으로 흡수되게 되는데,

수분이 흡수된 브레이크액은 원액상태일때보다 끓는 점이 낮아지게 되므로

베이퍼 락 현상이 발생하기 쉬워집니다.

우리나라는 여름 장마철에 수분 유입이 많으므로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대체로 2년 주기로 교체를 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브레이크 튜닝

 

- 고성능 브레이크액

보통 자동차용 순정 브레이크액은 DOT3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고성능 차량이나 ABS를 탑재한 차량은 DOT4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DOT는 미국자동차 안전규격으로 제정된 규격인데, 그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브레이크액 종류

-40℃ 동점도(cSt)

원액 끓는점 수분함유 끓는점 (3.7%)
DOT3 1,500이하 205℃ 이상

140℃ 이상

DOT4 1,800이하

230℃ 이상

155℃ 이상

DOT5 900이하

260℃ 이상

180℃ 이상

DOT5.1 900이하

270℃ 이상

191℃ 이상

 

보다시피 DOT 규격이 높아질수록 끓는점이 높아지게 되므로 베이퍼 락 현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DOT3 규격의 브레이크 시스템에도 DOT4나 DOT5.1의 브레이크액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DOT5는 실리콘계 브레이크액이므로 다른 글리콜계 브레이크액과 호환이 되지 않습니다.

DOT5를 사용하려면 기존 브레이크액을 남김없이 완전히 제거해야 하고,

수분침투가 쉬워 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에 일상주행용 자동차에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 고성능 브레이크패드

브레이크 패드를 고성능 제품으로 변경하면 제동력이 좋아지고

더 높은 온도에 견딜 수 있게 되므로 페이드 현상도 현저히 줄어듭니다.

다만 고온 대응의 브레이크패드는 낮은 온도에서는 오히려 성능이 떨어지고,

브레이크 작동시 소음이 크므로 일상주행용 차량이라면

너무 고성능을 추구하는 제품보다는 성능과 편의성을 고려한 제품이 좋습니다.

또 메탈계열의 레이스 대응 패드는 디스크 로터의 마모를 촉진시키므로 유지비용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 브레이크 냉각 시스템

차량 전면에 홀을 마련하여 브레이크 디스크와 캘리퍼 쪽으로 주행풍을 유도하는 장치.

F1등 레이스카에서는 반드시 채용하고 있을 정도로 브레이크 온도를 빠르게 식혀줍니다.

페이드와 베이퍼락 모두에 효과가 있습니다만 홀을 확보하기 위해 안개등을 제거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브레이크 디스크 냉각용 덕트를 설치한 모습

 

- 대용량 캘리퍼

대용량 캘리퍼로 교체를 하면 브레이크 패드의 마찰면적이 더 넒어지고

캘리퍼가 수용 가능한 열량이 증가해 안정적인 브레이크 성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보통 순정 브레이크는 1포트 캘리퍼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2포트, 4포트의 대용량 캘리퍼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벤틸레이티드 디스크는 디스크 중간에 방열용 홀이 있는 디스크입니다.

홀을 통해 공기가 빠져나오면서 열을 빠르게 방출해 주므로 브레이크 파열에 더 강해집니다.

 

- 세라믹/카본 디스크

세라믹/카본 디스크는 내열성이 높아 대응온도가 높은 브레이크 패드와 조합하면 강력한 성능을 발휘합니다.

다만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일반 차량에 사용하는 것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 홀 가공/슬릿 가공

브레이크 디스크에 구멍을 뚫거나 사선의 홈(슬릿)을 파는 가공입니다.

홀 가공은 열방출 효과를 높이고, 슬릿은 브레이크 분진을 빠르게 제거하여 페이드 현상을 억제합니다.

다만 홀/슬릿 가공이 된 디스크는 보통의 디스크보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메쉬 호스

브레이크액이 움직이는 호스중 움직임이 필요한 부분에 내압 호스가 사용되는데,

일반적인 고무 호스 대신 금속 재질의 메쉬 호스로 교체하면 브레이크액의 열 방출에 도움이 되고,

호스 팽창으로 인한 압력감소가 적어져 브레이크 응답성이 좋아집니다.

 

브램보 카본 브레이크디스크와 6포트 캘리퍼의 조합.

 

 

빨리 달리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안전하게 멈추는 것'.

혹시 브레이크에 대해 무관심하게 지내왔다면

이번 기회에 브레이크 점검을 받아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보배드림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