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서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다운사이징'. 최근 국내에서도 르노삼성이 SM5에 1.6L 터보 엔진을 탑재한 SM5 XE TCE를 발표했고, 현대차도 쏘나타에 1.6L 터보 엔진 탑재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쉐보레는 서울모터쇼에서 1.4L 터보 엔진을 탑재한 크루즈 터보 퍼포먼스 쇼카를 공개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출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다운사이징 중형차'의 시대가 온 것이죠.

 

해외에서는 이미 1~2리터 내외의 소형 터보차저 엔진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소형 터보차저 엔진은 양산차 뿐만 아니라 WRC등 모터스포츠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서킷 포뮬러 경기의 최고봉 F1조차 2014년 시즌부터 1.6L V6 터보 엔진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보배드림 이야기에서는 다운사이징 시대를 연 주역, 과급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과급기의 원리

 

엔진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연소에 필요한 연료와 공기(산소)를 효과적으로 공급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엔진은 혼합기(연료와 공기)를 더 많이 공급할수록 출력이 늘어납니다. 그러나 자연흡기 엔진에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혼합기의 양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최대한 개선을 한다고 해도 배기량의 90%정도의 혼합기만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흡기 엔진의 출력은 배기량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일반적인 자동차 엔진의 경우 리터당 100마력 정도가 한계입니다.

 

과급기는 이러한 자연흡기 엔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과급기는 공기를 강제로 빨아들여 일반적인 대기압 이상의 압력으로 엔진에 공기를 공급하는 장치입니다. 과급기를 사용하면 배기량보다 더 많은 양의 혼합기를 엔진으로 밀어넣을 수 있기 때문에 출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과급기의 종류

 

과급기는 크게 배기가스를 동력으로 이용하는 터보차저와 엔진 출력을 이용하는 수퍼차저로 나뉩니다. 수퍼차저는 본래 과급기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었지만 현재는 터보차저와 구별하여 엔진 출력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과급기만을 지칭하고 있습니다. 각 방식에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터보차저와 수퍼차저를 동시에 적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터보차저

 

터보 차저는 배기가스 형태로 버려지는 에너지를 회수하여 흡기 압축에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버려지는 에너지를 회수하기 때문에 효율이 높다는 것이 장점. 배기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배기가스가 적은 낮은 회전수에서는 과급효과가 떨어지고, 배기가스가 충분히 모일 때까지 과급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스로틀 조작에 뒤늦게 반응하는 '터보랙'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연소실을 나온 배기가스가 터보차저의 배기터빈으로 유입되면, 그 압력으로 터빈이 10만~20만rpm이상의 고속으로 회전하게 됩니다. 이 회전력은 샤프트를 통해 흡기 임펠러에 전달되는데, 흡기 임펠러가 회전하면서 공기를 압축해 엔진으로 공급합니다.  

 

터보차저의 구동 원리를 보여주는 영상

 

 

-싱글 터보

 

하나의 터보 차저를 이용해 구동되는 방식입니다. 작은 터보를 설치하면 빠른 반응을 얻을 수 있지만 최고출력은 그다지 높지 않고, 큰 터보를 설치하면 높은 최고출력을 얻을 수 있지만 반응이 느려집니다. 높은 부스트압이 필요 없는 소형 엔진이나 최고출력이 중요한 드래그 레이스 머신 등에 주로 사용됩니다.

 

 

- 트윈 스크롤 터보 (twin scroll turbo)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는 각각 크기가 다른 2개의 배기가스 흡입구와 노즐이 있는 터보 차저입니다. 작은 노즐은 빠른 반응속도로 동작하고 큰 노즐은 큰 힘을 발휘합니다. 트윈 터보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터보차저는 하나뿐이므로 싱글 터보로 분류됩니다.

 

트윈 스크롤 터보의 분해도
붉은색이 빠른 반응을 위한 좁은 노즐, 노란색이 큰 힘을 위한 넓은 노즐

 

현대기아자동차의 T-GDI 엔진에 적용된 트윈 스크롤 터보

 

 

- 병렬 트윈 터보 (parallel twin turbo)

 

병렬 트윈 터보는 동일한 크기의 두개의 터보차저가 독립적으로 동작합니다. 각 터보는 엔진의 배기가스를 절반씩 받아서 구동되고, 터보에서 압축된 흡기는 하나로 합쳐진 뒤 각 실린더로 보내집니다. 병렬 트윈 터보는 터보차저의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있어 같은 압력의 싱글 터보에 비해 터보랙이 적습니다. 단점은 싱글 터보에 비해 구조가 복잡하다는 점.

 

병렬 트윈 터보가 탑재된 닛산 GT-R의 VR38DETT엔진

 

 

- 순차 터보 (sequential turbo)

 

순차 터보는 크기가 다른 두개의 터보차저를 장착하여 작은 것은 낮은 RPM에서, 큰 것은 높은 RPM에서 동작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큰 터보차저는 낮은 RPM에서 반응이 늦고, 작은 터보차저는 높은 RPM에서 충분한 공기를 공급할 수 없습니다. 낮은 RPM에서는 작은 터보차저로 빠른 반응을, 높은 RPM에서는 큰 터보차저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순차 트윈 터보가 탑재된 토요타 수프라(4세대)의 2JZ-GTE엔진

 

 

- 다단 터보(staged turbo)

 

다단 터보는 비슷한 크기의 두개의 터보차저를 하나의 흡기관에 설치한 것입니다. 즉, 첫번째 터보 차저가 압축한 공기를 두번째 터보 차저가 다시한번 압축을 하는 방식으로, 싱글 터보 차저에 비해 훨씬 큰 압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단 터보는 두개의 터보가 모두 작동하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리기 때문에 반응이 더딥니다. 따라서 빠른 반응이 필요없는 비행기 엔진에 주로 사용되는데, 높은 고도에서는 공기가 희박해지기 때문에 공기를 크게 압축할 수 있는 다단 터보가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차량용 엔진에서는 매우 고압으로 압축하는 고성능 디젤 엔진에서 간혹 쓰이기도 합니다.

 

만(MAN)트럭의 디젤 엔진에 적용되는 2스테이지 터보차저

 

 

수퍼차저

 

엔진의 힘을 이용해 작동하는 과급기를 수퍼차저라고 합니다.배기가스를 사용하는 터보차저에 비해 스로틀 반응이 뛰어나고 저회전에서도 과급효과가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은 엔진 출력을 사용하는 만큼 효율이 떨어지고 높은 압력을 생성할 수 없어 고회전에서는 터보차저에 비해 출력이 떨어집니다. 낮은 RPM에서 엔진에 상당한 부하를 주어 공회전 연료 소모량이 늘어나는 점도 단점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용 에어컨처럼 클러치를 장착하여 공회전에서 동력을 차단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 루츠식 (roots type supercharger)

 

'루츠 블로어'라고 부르는 송풍기를 사용해 과급합니다. 가장 오래된 방식의 수퍼차저입니다. 과급 로스를 줄이기 쉽고 구조가 간단해 내구성이 좋고 낮은 RPM에서 좋은 성능을 발휘합니다. 다만 과급압력과 효율이 낮아 배기량이 작고 회전수가 높은 엔진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 트윈 스크루식 (twin screw supercharger)

 

리스홀름(Lysholm)식 수퍼차저라고도 합니다. 루츠식 수퍼차저의 발전형으로 로터 블레이드를 오목형과 볼록형으로 만들어 스크루 모양으로 꼬아놓은 2개의 로터 블레이드를 사용합니다. 트윈 스크루식 수퍼차저는 루츠식 수퍼차저에 비해 공기 누출이 적습니다. 따라서 루츠식 수퍼차저에 비해 높은 압력을 만들어낼 수 있고, 부스트도 더 빠르게 생성됩니다. 루츠 타입에 비해 발열과 소음이 적어 효율이 약 10% 향상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복잡하고 정교한 형상의 스크루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수퍼차저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트윈 스크루 수퍼차저

 

 

- 원심식 (centrifugal supercharger)

 

원심식 수퍼차저는 터보차저와 동일한 방식으로 압축을 합니다. 터보차저에서 배기측의 터빈 대신 풀리를 장착한 것이라고 보시면 쉽습니다. 슈퍼차저 형식 중 가장 작은 부피를 가지고 있고, 높은 회전수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터보차저는 터빈 임펠러와 압축 임펠러가 직접 연결되어 있지만 원심식 수퍼차저는 회전수를 높이기 위해 내부에 기어나 풀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를 이용한 가변식 원심 수퍼차저도 있는데, 내부에 변속기어를 넣어 쉽게 과급압력을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 스크롤 식

 

철판을 모기향 모양으로 둘둘 말아서(스크롤) 두개의 철판을 겹친 후, 하나의 스크롤은 고정시키고 다른 스크롤은 회전시켜 공기를 압축하는 방식입니다. 에어컨이나 냉장고 컴프레서로도 사용하는 방식으로 구조가 간단하고 진동이 적지만 내구성이 나쁜 단점이 있습니다.

 

스크롤 식 압축기의 원리를 설명하는 이미지.
바깥쪽에서 유입된 공기는 회전 스크롤(검정색)의 움직임에 따라 점차 중심으로 모이게 되고

중앙 부분에서 최대 압력으로 압축되어 배출됩니다.

 

 

- 베인 식

 

원통 내부에 지름이 다른 로터를 설치하고, 로터 축에 대해 수직방향으로 홈을 파고 날개(vane)를 설치한 방식입니다. 로터가 회전하면 원심력에 의해 날개가 펴져 케이스와 로터 사이의 공기를 막아 압축하는 형식입니다. 구조가 간단하기는 하지만 베인과 원통이 마찰하므로 마모가 심한 단점이 있습니다.

 

- 전동식

 

엔진에서 나오는 동력이 수퍼차저를 구동시킬 만큼 충분하지 않거나, 저속에서만 작동하는 보조 터빈 등을 적용할 때, 전기모터로 동작하는 슈퍼차저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엔진과 직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퍼차저의 압력을 제어하기가 쉽고 엔진 동력 손실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터쿨러

 

공기를 압축할 경우 온도가 증가하는 현상을 피할 수 없습니다.(*주1) 기체의 온도가 높아지면 부피와 압력이 증가하여 밀도가 낮아지게 되는데, 따라서 엔진으로 공급되는 공기의 양도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뜨거운 공기에 연료가 혼합되면 자연발화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져 노킹의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터보,수퍼차저를 거친 뜨거운 공기를 인터쿨러라고 부르는 열교환기를 통과하게 하여 온도를 낮추면 공기 밀도가 높아지고 온도도 낮아지게 됩니다. 높은 압력을 사용하는 과급 시스템에 인터쿨러를 조합하면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1 : 밀폐된 공간의 기체를 압축시키는 것을 단열압축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부의 일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변하여 기체의 온도가 높아집니다. 높은 압력으로 압축할수록 흡기온이 높아지게 됩니다.

 

 

램-에어 시스템

 

램 에어 시스템은 주행풍의 압력을 이용해 더 높은 압력의 공기를 얻는 방법입니다. 나팔 형태의 관을 차체 전면을 향해 설치하고 주행을 하면 주행풍이 관으로 유입되면서 공기가 압축되는 효과가 생깁니다. 주행풍을 이용하기 때문에 저속 주행에서는 효과가 거의 없고, 100km/h이상에서 효과가 발생하며 200km/h이상의 고속주행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램 에어 시스템은 저속에서 그다지 효과가 없지만 퍼포먼스를 중요시 하는 차량에는 흔히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램 에어 효과 자체보다는 차가운 공기를 직접 끌어들이기 위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흡기구는 엔진룸 내부에 있기 때문에 엔진과 라디에이터에서 발산되는 열으로 덥혀진 공기가 공급되게 됩니다. 하지만 램 에어 시스템은 외부로 직접 연결된 에어덕트를 통해 차가운 공기가 직접 공급됩니다. 또한 램-에어 시스템은 단열압축이 아니기 때문에 압축시에 흡기온도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엔진 퍼포먼스가 향상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음속 이상의 고속에서 큰 효과가 있는 특성 때문에 램 에어 시스템은 주로 비행기에 적용되어 왔으며, 1960년대 차량에 적용된 사례가 있지만 효율이 크지 않고 캬브레터 방식과 궁합이 좋지 않아 사용되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대부분의 차에 인젝션 방식이 채용되고 있어 다시 고성능 차량에 램 에어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