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나 드리프트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LSD에 대해 한번쯤 들어보셨을겁니다. 디퍼런셜 기어는 구동계통의 부품이지만 차량의 선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품입니다. 오늘 보배드림 이야기에서는 디퍼런셜 기어의 구조와 역할, 그리고 디퍼런셜 기어의 단점을 극복해 더 빠르게, 더 멋지게 달릴 수 있게 도와주는 LSD에 대해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디퍼런셜 기어
자동차의 네 바퀴는 모두 같은 거리를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항상 직진을 한다면 상관이 없지만, 코너를 도는 경우에는 안쪽 바퀴보다 바깥쪽 바퀴가 더 먼 거리를 이동합니다. 그런데 좌우의 바퀴 축이 서로 이어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깥쪽 타이어는 노면에 질질 끌리고, 안쪽 타이어는 헛돌면서 회전하게 됩니다. 좌우의 타이어가 서로의 회전을 방해하는 꼴이 되는데, 이 때문에 차는 회전을 하지 않으려는 성질을 나타내게 됩니다. 이렇게 타이어 움직임이 서로 방해하여 코너링을 하기 힘들게 만드는 현상을 Tight Corner Braking 이라고 하는데,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좌우의 타이어가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움직이도록 해 줘야 합니다.
좌우의 타이어를 분리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축을 잘라 버리면 됩니다. 그런데 큰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엔진에서 오는 구동축은 하나뿐이라는 것이죠. 초기의 자동차는 이런 문제 때문에 한쪽의 바퀴에만 구동축을 연결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지만 구동력의 불균형에 의해 나타나는 토크 스티어(torque steer) 현상이 또다른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하나의 구동축으로 좌우 바퀴 모두에 구동력을 가하되, 좌우 바퀴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주는 부품, 그것이 바로 디퍼런셜 기어입니다.
디퍼런셜 기어의 작동 원리는 위 그림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직진 상태에서는 붉은색 기어(차동 피니언 기어)는 회전하지 않고 구동축에서 온 힘을 좌우 축에 전달하는 역할만 합니다. 좌우 구동축은 차동 피니언 기어를 통해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피니언 기어는 회전할 수 있기 때문에 좌우 바퀴는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차량이 선회를 하게 되면, 안쪽의 바퀴와 바깥쪽 바퀴의 회전수가 차이가 나게 되는데, 이때 차동 피니언 기어가 움직이며 좌우 바퀴의 회전차를 상쇄하게 됩니다.
아주 좋은 기능을 하는 디퍼런셜 기어이지만, 큰 단점이 한가지 있습니다. 만약 한쪽 바퀴에만 접지력이 있는 경우, 엔진의 구동력은 모두 접지력이 없는 바퀴를 움직이는데에만 쓰입니다. 디퍼런셜 기어는 좌우 구동륜의 접지 상태가 양호할 경우에만 정상적으로 작동을 합니다. 차량이 험로나 눈길에 빠질 경우 접지되어 있는 바퀴에는 구동력이 전혀 전달되지 않고, 접지되지 않은 바퀴에만 구동력이 전달되 헛된 힘을 쓰게 될 뿐입니다.
차동 제한 장치 (Limited Slip Differential)
모터스포츠에서는 반드시 타이어 그립의 한계까지 사용하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이런 상황은 디퍼런셜 기어가 정상적인 작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타이어 그립의 한계 이상의 출력으로 가속을 하면 미세한 좌우 그립 차이에 의해 한쪽 타이어가 먼저 미끄러집니다. 이는 구동력의 손실로 이어지고 가속을 둔하게 하여 랩타임이 늘어나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드리프트를 하는 상황에서는 어떨까요? 드리프트중의 리어 타이어는 양쪽 모두 의도적인 슬립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똑같이 슬립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타이어에 걸리는 하중이나 고르지 않은 노면 상태 등으로 인해 좌우 타이어에 걸리는 마찰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마찰력이 크게 걸리는 타이어는 마찰력으로 인해 천천히 회전하게 되고, 마찰력이 적게 걸리는 타이어로 엔진에서 전해지는 구동력이 쏠려 더 심한 회전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좌우 접지력 차이가 더욱 심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드리프트가 유지가 되지 않고 스핀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모터스포츠에 있어서 디퍼런셜 기어의 동작은 오히려 차량 움직임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더욱 더 큰 문제는, 디퍼런셜 기어의 부작용을 운전자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언제 어떻게 디퍼런셜 기어가 작동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차량 움직임의 변화로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서는 디퍼런셜 기어의 동작을 운전자가 의도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LSD입니다.
LSD는 말 그대로 디퍼런셜 기어의 동작을 제한하는 장치입니다. 한쪽 바퀴가 미끄러지고 있을때 해당 바퀴에 모든 구동력이 쏠리지 않도록 막아주고, 좌우 바퀴에 동일한 구동력을 보내줍니다. 디퍼런셜 기어는 자동차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서 디퍼런셜 기어 동작을 제한하지는 않습니다. LSD는 그 효과가 발휘되는 방법에 따라 세가지로 분류합니다.
1way
1way LSD는 가속을 할 때에만 동작합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LSD의 동작이 해제됩니다. 전륜 구동 자동차에 적합합니다. 전륜 구동 차량은 코너를 완전히 빠져나오기 전에 가속을 하면 안쪽 타이어의 접지력 부족으로 가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LSD를 달면 더 빠른 시점에서 가속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언더스티어 경향이 강한 전륜 구동 자동차에서 LSD가 작동하면 선회가 더욱 어려워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가속하지 않을때는 LSD가 작동하지 않는 1way LSD가 적합합니다.
1.5way
1.5way LSD는 가속, 감속시 모두 LSD가 동작하나 감속시 발생하는 효과가 적습니다. 급격한 브레이킹시 차체를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서킷 주행을 하는 FR차량에 주로 쓰이고 있습니다.
2way
2way LSD는 가속, 감속시 모두 LSD가 동작합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어도 LSD가 동작합니다. 드리프트 중 액셀을 떼어도 LSD가 유지되기 때문에 드리프트 차량에 적합합니다. 코너링 중에도 LSD가 동작하므로 그립주행시에는 언더스티어를 유발합니다. 일상 주행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LSD의 종류
다판 클러치식 (multi plate LSD)
다판 클러치식은 좌우 구동축 사이에 클러치를 배치하고, 구동력 발생시 그 힘을 이용해 클러치를 작동시켜 디퍼런셜의 작동을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구조가 간단하고 강력한 차동 제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단점은 차동 제한 효과가 급격히 나타나 일상적인 운전에서는 불편할 수 있고, 불쾌한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판 클러치식 LSD는 모터스포츠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극한 상황에서 신뢰성이 높고, 이니셜 토크나 LSD의 효과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부품 몇가지를 교체하는 것 만으로도 1way, 1.5way, 2way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다판 클러치 LSD의 압력판 형상에 따른 특성 변화
이니셜 토크 (initial torque)
다판 클러치식 LSD는 구동축에 가해지는 토크에 의해 동작합니다. 문제는 LSD가 동작할 때 너무 급격히 효과가 발휘된다는 점입니다. 예를들어, 드리프트중 액셀 컨트롤을 하면 구동력이 없어지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갑자기 LSD의 효과가 사라져 스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안정적인 효과 발휘를 위해 LSD는 항시 어느정도의 차동 제한 효과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작동하지 않을 때도 존재하는 차동 제한 효과를 '이니셜 토크'라고 합니다. 좌우 구동축에 이니셜 토크를 넘어서는 수준의 토크가 걸릴 경우 차동 제한 효과가 사라지면서 좌우 구동축이 따로따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니셜 토크를 크게 설정하면 급작스러운 LSD작동에 의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지만, 차량은 그만큼 언더스티어 성향이 됩니다. 또한 이니셜 토크를 넘어섰을때 발생하는 채터링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채터링(chattering)
다판 클러치식 LSD는 이니셜 토크를 넘어서는 토크가 가해지면 클러치가 미끄러지면서 디퍼런셜이 작동하게 됩니다. 이것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던 것을 힘을 강제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클러치가 미끄러질때, 혹은 다시 멈출때 소음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판 클러치식 LSD의 디퍼런셜 오일에는 클러치가 부드럽게 미끄러지게 하는 성분을 추가합니다. 따라서 일반 디퍼런셜 오일을 LSD에 사용시 심한 채터링을 유발하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또한 정비상태에 따라 채터링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다판 클러치식 LSD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오버홀 등 꼼꼼한 정비를 필요로 합니다.
토르센 식 (Torsen)
토르센 식 LSD는 한 쌍의 웜 기어와 헬리컬 기어를 조합시켜 기어 동작시 발생하는 마찰력을 이용해 차동 제한 효과를 얻는 방식입니다. 다판식 LSD에 비해 부드럽게 작동하고 소음이 없는 것이 장점입니다. 설계시 기어의 각도 등을 조절하여 효과가 일어나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단점은 다판식 LSD에 비해서는 효과가 약하다는 점입니다. 양산형 차량의 순정 LSD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토르센 방식 LSD의 작동영상
비스커스 커플링 (viscous coupling type)
윤활유의 점성을 이용한 방식입니다. 얆은 디스크 판이 여러겹 들어있는데, 이 디스크판이 회전을 하려고 할 때 윤활유가 회전을 방해하여 디퍼런셜 기어의 움직임을 제한합니다. 부드럽게 동작하기 때문에 일반 운전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단점은 다판 클러치식에 비해 LSD 효과가 크지 않고, 윤활유의 점성이 온도에 따라 크게 변화하기 때문에 과열될 경우 효과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소형 저출력 차량의 순정 LSD로 자주 쓰입니다.
전자제어 디퍼런셜 (E-DIFF)
다판 클러치식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클러치의 동작을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차량의 자세제어 시스템과 연동되어 동작합니다. 다판 클러치식은 LSD의 리미트 토크가 제어되지 않고 구동력에 따라 일정한 양이 발생하지만, 전자제어 방식은 차량의 자세제어 장치가 상황에 따라 LSD의 효과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상시 사륜 차량의 센터 디퍼런셜로 주로 사용되고, 고성능 양산 차량의 후륜에도 적용됩니다.
LSD와 유사한 장치들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TCS)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은 LSD는 아니지만 유사한 효과를 나타냅니다. 디퍼런셜 자체는 일반적인 디퍼런셜과 동일하고, 한쪽의 타이어가 헛도는 것이 감지되면 브레이크가 잡히면서 타이어가 헛도는것을 제한합니다. 그 결과 헛돌지 않는 쪽의 타이어로 구동력이 전달되게 됩니다. ABS와 연동하면 비교적 간단하게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양산 차량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차동 잠금 장치 (Locking Differential)
락킹 디퍼런셜은 디퍼런셜이 아예 작동을 하지 않도록 잠그어 주는 기능입니다. LSD가 험로 탈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관리가 필요한데다가 일반 주행까지 영향을 주는 단점이 있습니다. LD는 디퍼런셜에 기어를 고정시키는 간단한 장치만 추가하면 되고, 필요할 때만 스위치를 켜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타입도 있습니다) 트럭이나 SUV차량, 상시 사륜 차량 등 험로 주파를 해야 하는 차량에 주로 적용됩니다. 디퍼런셜이 Lock된 상태에서 일반 도로 주행을 할 수 없습니다.
원 안의 부분이 차동 잠금 장치.
웰디드 디프(welded diff)
웰디드 디프는 말 그대로 디퍼런셜 부품들을 서로 용접(weld)시켜버려서 한덩어리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즉 디퍼런셜 기능 자체를 없애버린것입니다. LD를 항상 켜놓는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타이어 슬립시 일관된 주행특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드리프트중의 컨트롤은 가장 쉽습니다. 이 세팅을 한 차량은 그립 주행이나 일반 도로 주행이 불가능합니다. 국내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지만 해외에서는 트랙에서만 운행하는 드리프트 전용 머신에 종종 쓰이고 있는 방법입니다. 별도로 전용 LSD를 준비할 필요가 없고, 기존 디퍼런셜 기어를 용접하는 것 만으로 해결이 되기 때문에, 비용대 효과로 보자면 가장 저렴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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