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올 뉴 몬데오는 외관상 기존 퓨전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포드의 '원 포드' 전략에 따라 북미에서는 퓨전, 유럽에서는 몬데오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형제 차량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판매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몬데오'라는 이름을 가진 차를 새롭게 도입했을까요? 이름만 바뀐 같은 차일까요? 아니면 그만큼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오늘 보배드림 이야기에서는 포드 올 뉴 몬데오의 시승기를 준비했습니다.
포드 올 뉴 몬데오 외관
애스턴 마틴이 연상되는 커다란 그릴은 여전히 강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가로로 쭉 뻗은 그릴 라인과 헤드라이트는 묵직한 무게감을 선사합니다. 직선이 강조되어 남자다운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반면 뒷모습은 곡선이 많이 보입니다. 전면부의 강렬한 존재감에 비해 후면부는 다소 심심해 보일 정도입니다. 어쩌면 몬데오의 듬직한 앞모습에 MKZ의 직선적이면서 하이테크스러운 뒷모습이 조합되면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먼저 이야기했듯 포드 올 뉴 몬데오는 퓨전과 외관상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예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LED 헤드라이트. 할로겐이나 HID에 비해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하면서 더 밝은 시야를 제공합니다. 또한 턴 시그널과 주간주행등이 서로 겹쳐진 형태로 두줄이 들어가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턴 시그널은 시그널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서 순차적으로 점등되는데 이는 멋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어두운 밤에도 시그널 하나만으로 차량의 진행 방향을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 역할을 합니다.
기존 퓨전은 미국 법규에 맞추어 만들어진 모델인 관계로 헤드라이트의 끝부분에 주황색으로 된 부분이 있었지만 몬데오는 전체적으로 은색으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디자인의 통일성 측면에서 보자면 몬데오의 헤드라이트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퓨전에서 삐죽 솟아있던 안테나가 몬데오에서는 드디어 사라졌습니다. 단순히 안테나가 보이지 않게 처리된 것 뿐이지만, 트렁크까지 매끈하게 이어지는 루프 라인을 망쳐놓고 있던 안테나가 사라진 점은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보닛을 열 때마다 일일히 손으로 들어서 받쳐야 했던 수동 지지대가 유압식 지지대로 변경되었습니다.
키리스 엔트리 시스템이 삭제되면서 B필러에 있었던 숫자 패드가 사라졌습니다. 패밀리 세단의 경우 키를 가지고 있지 않은 가족들이 차량에 탑승할 때가 많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었는데 이런 편의 기능이 삭제된 점은 다소 아쉽습니다. 이 기능이 삭제된 이유는 유럽형 모델인 몬데오에는 애초부터 키리스 엔트리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포드 올 뉴 몬데오 실내
실내 디자인도 퓨전과 큰 차이점은 없습니다. 시트는 평범한 가죽 시트처럼 보이지만 보기보다 몸을 꽉 잡아주는 형태입니다. 시승한 차량은 트렌드 모델인데, 퓨전에서는 상급 모델인 티타늄에서 적용되던 세미 버킷 시트가 몬데오에서는 트렌드에도 기본 적용되었습니다. 이밖에도 스티어링 휠의 가죽 재질이 변경되고, 뒷좌석 블라인드가 추가되는 등 세세한 업그레이드가 있습니다. 기존 퓨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상품성이 좋아진 느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몬데오에 탑재된 인포테인먼트시스템 SYNC는 여전히 한글화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최신 차량들의 경우 각종 디스플레이로 표시되는 정보가 상당히 많아졌는데, 이런 정보들이 모두 영문으로만 표시됩니다. 음성을 통해 버튼 조작 없이 쉽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음성인식 기능도 탑재되어 있지만 한국어는 인식하지 않아 국내에서는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로컬라이징 부족으로 인한 혼란은 버튼 배치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켤 때에도 별도의 내비게이션 버튼이 없고 스티어링 휠의 음성인식 버튼을 길게 눌러야 합니다. 스티어링 휠 버튼부 위쪽에 이러한 조작법을 알려주는 스티커가 조그마하게 붙어 있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영문으로 되어 있어 내비게이션 버튼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뒷좌석 공간의 너비는 웬만한 성인 남성이라면 불편함 없이 탑승할 수 있습니다. 몬데오는 뒷좌석에 한가지 특이한 기능이 추가되었는데, 사고시 안전벨트가 에어백처럼 부풀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팽창형 안전벨트(inflatable seatbelt)' 입니다. 포드 익스플로러에 적용되어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던 기능인데, 몬데오에도 이 안전벨트가 동급 최초로 적용되었습니다.
트렁크 바닥은 깊지 않지만 앞쪽으로 뻗은 공간이 길어 용량은 충분합니다. 뒷좌석 폴딩도 가능해서 길이가 긴 물건도 문제없이 실을 수 있습니다. 트렁크 깊이가 얕은 이유는 비상용 타이어가 탑재되어 있기 때문인데, 최근 출시되는 차량에 비상용 타이어가 탑재되어 있는 것 자체도 흔치 않은 일이지만 특이한 점은 순정 타이어 사이즈(235/50 R17)에 가까운 215/60 R16 타이어가 실려 있다는 점입니다. 타이어에 80km/h이하로 주행하라는 속도 제한 문구도 찍혀 있지 않습니다. 비상용 타이어라기보다는 스페어 타이어에 가깝습니다.
포드 올 뉴 몬데오 주행성능
퓨전과 몬데오의 가장 큰 차이점, 바로 엔진입니다. 퓨전은 미국 사양이라 디젤 모델이 없었지만 몬데오는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 출시되었습니다. 2.0리터 TDCi 엔진은 최대출력 180마력(@3,500rpm), 최대토크 40.8kg.m(@2,000rpm)을 발휘합니다. 퓨전의 2.0리터 가솔린 엔진에 비해서는 출력이 약간 줄어들었으나 실용 영역에서의 토크가 강력해지고 훨씬 뛰어난 효율을 가진 것이 장점입니다.
변속기 역시 6단 자동변속기에서 6단 습식 듀얼클러치 변속기로 변경되었습니다. 이 6단 습식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독일 게트락 제품으로 내구성과 신뢰성에 있어서는 확실히 검증이 된 변속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디젤 엔진과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조합 덕분에 복합연비는 퓨전의 10.3km/L에서 크게 증가한 15.9km/L를 달성했습니다.
차에 올라타 시동 버튼을 눌러보니 역시 최신 디젤 세단 답게 소음과 진동이 크지 않습니다. 물론 가솔린 차량에 비해서는 소음과 진동이 어느정도 느껴지는 편이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고, 스탑&고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어 정차시에는 시동이 꺼지므로 소음과 진동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스로틀 페달을 밟았을 때의 느낌은 경쾌하다기보다는 묵직한 느낌. 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른 엔진 출력이 초반에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균등하게 배분되어 있어 섣불리 힘을 자랑하지 않지만 밟으면 밟는 만큼 나오는 정직한 출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6단 습식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일반 주행에서는 듀얼클러치라는 것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변속감을 보여줍니다. 스티어링 휠의 패들 시프트를 조작하면 수동으로 변속이 되는데, 운전자의 입력이 기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가능하면 운전자의 입력 그대로 동작하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기어 단수를 변경할 때 엔진 회전수가 레드존을 넘어서거나 시동이 꺼질 수준이 아니라면 모두 받아들입니다. 또한 상황에 따라 반응 속도가 차이가 나지 않고 대부분의 입력이 일정한 반응 속도로 적용이 되어 조작이 언제 반영될지 예측하기가 쉽습니다.
변속 레버를 아래로 당겨 S모드로 전환하면 RPM을 높게 유지하면서 언제든 최대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지합니다. S모드에서 패들시프트를 조작해 수동변속으로 전환되면 D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그대로 수동변속을 유지합니다. 스포츠 주행이 아닌 이상 패들 시프트를 자주 쓰지 않게 되지만, 몬데오는 절도있는 조작감과 빠른 변속 반응 덕분에 주행중 자꾸 패들 시프트를 조작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무게감있는 주행감과 고속 풍절음 억제 수준이 높아 실제 속도보다 체감 속도가 낮은 편입니다. 속도감이 크지 않아 주행을 하다 속도계를 보면 생각보다 높은 속도 영역에서 주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60~170km/h 정도의 속도까지는 머뭇거리는 느낌이 없이 쭈욱 가속을 해 줍니다. 서스펜션은 상당히 단단한 편입니다. 노면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고,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피드백도 완전히 거르지는 않았습니다. 기존 퓨전은 출렁출렁한 미국차 스타일의 주행감이 있었지만 몬데오는 단단한 유럽차 스타일의 주행감입니다.
왕복 약 130km의 시승을 마치고 난 뒤 트립컴퓨터에 기록된 연비는 복합연비와 동일한 수치인 15.9km/L. 고속 코스와 저속 코너링, 시내 구간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있던 시승 코스 구성을 볼 때 실사용시의 연비와 크게 차이가 없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날 시승행사에서는 연비왕을 뽑는 이벤트도 진행하였는데, 연비왕을 수상한 분이 기록한 연비는 20km/L였습니다.
올 뉴 몬데오 상세 사진
포드 올 뉴 몬데오 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