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많은 한국사람들이 싫어하는 조선족입니다.

한국에 온 지 9년째입니다.

그 때 당시 첫째 6, 둘째 3살이였는데 어느덧 첫째는 중학교 3학년이 되었네요.

수년 전 회원 가입하고 교통사고 관련 무지한 글 하나 올렸다가 등골 서늘하게 욕 먹고 반성하고 그 후 쭉 간간히 옛날말로 소위 눈팅만 쭉 해왔습니다.

다시금 글 올리게 된 계기는 제 자랑인 것 같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제 글을 본 누군가도 생각에 그치지 않고 기부를 실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10년 가까이 살다 보니 가끔은 내가 중국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 사회에 많이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좋은일엔 같이 기뻐하고 불의에 못 참아 함께 울분을 토하기도 하고 악재가 덮치면 마음이 내내 우울하기도 하고 뭐 그랬습니다. 서론이 길어졌네요. 사실 평생 기부라는 걸 해본 적이 없는데 언젠가부터 주변에 어려운 사람 특히 아기나 성장기 아이들이 있으면 큰 힘은 아니더라도 꼭 좀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다만 실행하지는 않고 늘 생각만 했었죠. 그러다 보배드림에서 기부 관련된 글들 자주 보다가 어느분인지는 기억 안나지만 지난해 보육원에 치킨 배달 간다는 글을 본 순간 생각만 하지 말고 실천에 옮기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우리동네 보육원을 검색했는데 정확한 정보를 알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시청 민원실에 문의 글 올렸고 며칠 뒤 담당 주무관님이 전화가 왔더군요. 영유아는 아니지만 초 중 고 아이들이 모여 사는 보육원 세 곳 연락처를 주더군요. 때마침 설 명절이 다가왔고 그 전에 가야지 싶어서 뭐가 필요한지 전화로 문의하고 아무거나 상관없다는 말씀에 현금보다는 한창 크는 아이들 먹거리 하나라도 더 사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제 능력 상 부담할 수 있는 금액내에서 고기, 과일, 음료수 등 몇 가지 챙겨서 다녀왔습니다. 제 초등학교 5학년 아들에게 말했더니 좋은 일인 것 같다며 선뜻 자기 용돈통장에서 10만원을 기부한다고 해서 그 돈도 식료품 구입에 보탰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제가 뭘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겠습니까 만 그래도 조선족들 모두 다 나쁜 사람만 있는 건 아니고 제 주변에는 저 같은 사람들도 많아서 미약 하게 나마 곱지 않은 시선들을 개선해보고자 하는 마음도 있고 딸, 아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어서이고 하고 가장 큰 이유는 저도 누군가의 선행을 보고 생각만 하고 있던 걸 실천에 옮겼으니 또 다른 생각만 하던 누군가가 선뜻 나서주면 그게 점차적으로 선한 영향력으로 사회에 전파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국적 불문하고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아이들은 걱정 없이 굶지 않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야 하는게 마땅하지만 현실은 꽤나 가혹하더라구요. 직접 가서 아이들 모두는 아니지만 몇몇 아이들을 보니 얼굴에 착함이 가득하고 연신 고맙다고 꾸벅이는데 애들 키우는 엄마로써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번 계기를 시작으로 자주는 못해도 앞으로 명절때나 어린이날 같은 특별한 날에 한번 씩 아이들 찾아가려고 마음은 먹고 있지만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제가 보내준 귤 한 알, 반찬 한끼라도 먹고 아이들이 세상의 온기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회사 동료들한테 부끄러워서 말 꺼내지도 못했는데 내일은 얘기하며 기부자들 더 모아봐야겠습니다. 끝으로 보기 싫으시면 그냥 지나쳐 주시고 비난만 말아 주시 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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