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모터스가 사업철수설이 최근들어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이륜차 시장을 대림자동차와 함께 이끌어온 KR모터스의 철수는 예견된 일이었던걸까?
■ 효성기계 창업 초기
1960년대부터 기아(起亞)가 선점해오던 이륜차 시장에 1970년대 후반 대림(大林)과 효성(曉星)이 등장하면서 3사 경쟁체제가 갖춰졌다. 하지만 1970년 후반 석유파동(오일쇼크)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1980년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에서는 자동차산업합리화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때 기아가 승용차사업과 이륜차사업을 모조리 정리하면서, 국내 이륜차 시장은 대림과 효성의 양강체제로 변모하게 되었다.
국내 이륜차 시장에서 대림과 효성의 양강체제는 30년 가량 이어져왔는데, 오늘날 대림의 경쟁사인 KR모터스가 바로 효성의 후신이다.
■ 효성기계 시절 전성기
한국경제 고도 성장기에 등장한 거대규모의 재벌 중 하나였던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趙洪濟)가 사망하며 효성그룹은 아들 삼형제가 나누어 경영하게 되는데, 때문에 외형상으로는 한그룹의 형태를 유지하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서로 다른 회사처럼 이루어졌다고 한다. 효성의 삼형제가 이끄는 소그룹은 장남 조석래(趙錫來)가 이끄는 지금의 효성 계열과 차남 조양래(趙洋來)가 이끄는 한국타이어 계열, 그리고 삼남 조욱래(趙旭來)가 이끄는 대전피혁 계열인데, 이 중 효성기계는 삼남이 이끄는 대전피혁 산하에 속했었다.
효성기계는 1979년 스즈키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합작회사로 설립되었다. 그래서 80 · 9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효성기계라는 회사 이름보다 오히려 효성스즈키라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더 익숙하다. 효성은 스즈키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다양한 라인업의 이륜차를 생산해낸다.
90년대 들어 섬유 및 피혁산업의 쇠퇴로 삼남이 이끄는 대전피혁 소그룹의 핵심 사업축은 효성기계쪽으로 옮겨갔으며, 이에 따라 효성 산하 대전피혁소그룹(또는 효성기계소그룹)은 동성(現 신영건설), 효성금속, 대성(이륜차부품), 동성개발(부동산임대업, 現 DSDL), 효성ASC, 효성기계판매, 효성이륜차판매, 효성기계서비스 등이 계열사를 둔 연매출 6000억원 정도의 중견기업으로 변모하게 된다.
특히 90년대 중반에는 125cc급 DOHC 엔진을 탑재한 엑시브를 출시하였는데 당대의 오토바이 매니아에게 엑시브는 지금까지도 국산 이륜차 중에서 손꼽히는 명차로 회자되고 있다.
■ 효성기계의 시련과 재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4&oid=093&aid=0000000296
앞서 언급했듯 1990년대 섬유 및 피혁산업의 쇠퇴가 효성기계 소그룹의 성장가도에 발목을 잡았고, 곧이어 1997년 불어닥친 아시아 금융위기와 한국의 외환위기는 이륜차 내수시장의 둔화 등으로 이어져 효성기계에 치명타를 입게 하였다. 결국 효성기계는 1997년 12월 20일 부도가 발생했으며, 이듬해인 1998년 09월 10일 화의절차개시 인가가 결정났다. 효성기계의 각 계열사는 청산되거나 매각되어 공중분해되고 만다.
효성기계가 매물로 나오자 당시 한솜모터스(영광산업)를 세워 급성장을 거듭하던 이경택씨와 헬멧 하나로 세계시장에서 명성을 떨치던 HJC(홍진크라운)가 의기투합하여 효성기계를 인수하는데 성공하며 성장가도의 밑바탕을 마련하는듯 했다.
하지만 효성기계는 최평규(崔平奎)가 이끄는 삼영(삼영기계)의 지속적인 지분 매입으로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불안정한 지분구조를 보이게 된다. 효성기계는 한솜모터스 합병 및 HJC 지분 추가매입으로 경영권을 지켰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삼영이 통일중공업(과거 통일교 소속 회사)를 합병하면서 삼영&통일중공업 그룹(S&T)의 더 커진 규모로 효성기계 경영권 취득을 시도하였고 결국은 성공해낸다. 이와 동시에 효성기계의 사명도 S&T모터스로 사명을 바꾸게 된다.
http://www.thebell.co.kr/front/free/contents/news/article_view**?key=201311120100015810000943
■ S&T 그리고 KR모터스, 거듭된 변화와 침체기의 도래
하지만 S&T 그룹 내 각종 기계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성장 가도를 달리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당초의 예상과는 다르게, 2000년대 후반에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중국산 스쿠터의 무분별한 유입으로 S&T모터스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경영여건의 악화로 이어지게 하였다.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어렵게 효성기계를 인수한 S&T 그룹은 수년에 걸쳐 S&T모터스의 경영 정상화를 꾀하기 위해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하는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오히려 역효과로 되돌아왔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도 이륜차 시장의 침체기가 형성되면서 이륜차 사업의 성장기대가 꺾이게 되었고, 내부적으로도 전 대표이사의 횡령, 배임 등의 물의가 빚어지면서 이미지의 손상으로 이어지는등 홍역을 겪은 나머지 결국 S&T 그룹도 S&T모터스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륜차 사업을 정리하기에 이른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4&oid=015&aid=0003021320
새 주인으로 라오스의 한상인 코라오그룹이 등장하면서 S&T모터스의 사명도 KR모터스로 변경되는데, 변경된 사명의 의미는 코리아와 코라오그룹(한국+라오스를 오가는 기업)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고 한다.
■ KR모터스, 국내사업 철수 및 해외이전 의혹
KR모터스는 인수 당시부터 국내시장 철수 의혹(소위 먹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이 이륜차와 관련해서 각종 규제가 많고 기술력이 월등한 일제차와 유럽차 그리고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중국산 오토바이에 밀려 내수시장에서의 안착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S&T모터스의 국내판매를 언젠간 정리하여 동남아권의 경쟁력있는 업체로 재탄생시킬거라는 시나리오가 충분히 그려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자동차 시장의 경우 시장에서 열세에 있던 쌍용자동차가 중국의 상하이자동차에게 인수당한 후 축적해온 기술력을 내주고 경영권에서 손을 뗀 먹튀사건이 한차례 있었다. 또한 현대·기아차가 내수시장 점유율을 80% 가량 상회하던 시절에는 한국GM과 르노삼성차의 철수설도 빚어졌었기에 KR모터스의 철수도 충분히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최근 KR모터스가 공장매각, 직원의 해외파견 등의 제스쳐를 취하는 등 국내시장 철수의 각종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대림차와 함께 한국의 이륜차 역사를 이끌어온 KR모터스가 내수시장에서 계속 살아남을지, 한국에서 사업을 접게될지 앞으로의 귀추는 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