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말일까지 일하고 퇴사합니다.
산업단지라서 회사 정문 앞은 덤프들이 60 이상 밟고 다니는데,
정문 옆 흡연실에 앉아 밖을 쳐다보며 저곳에 뛰어들고 싶단 생각이 몇 번 들은 뒤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한 달 전에 사직서 냈습니다.
중요한 시기죠. 인생에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언제겠냐만은.
어릴 때까지만 해도 집안이 꽤 잘 살았었는데, 아버지 사업도 망하고.
어머니 줄줄이 있는 자식들 키우다가 많이 약해지신건지 어느 날 갑자기 사이비 교회에 푹 빠져서 어린 막내 나몰라라. 결국 막내는 평생 지울 수 없는 흉터도 생기고. 그렇게 결국 이혼하고.
뭐 그리 안쓰러운건지. 애들을 오냐 오냐 키우니. 아직 지 밥그릇 못찾는 애도 있고.
첫째는 집안의 기둥이랬던가.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심각한 가정은 아니지만.
그냥 평범히 지치고. 평범히 힘들고.
다들 이 정도는 겪고 살겠거니.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인연이 닿아. 이런 와중에 옆자리에 누가 생겨버렸고. 한번쯤 결혼을 상상해보게 됐는데.
입이 열릴까. 만난 시간이 짧지는 않은 만큼, 내일은 데이트 끝나고 저녁에 술 한잔하면서 내 상황 오픈하고 대화해보고.
선택권을 주겠지만 당연히 잘 안되겠지요.
두어 달 정도 쉬면서 아버지 옆에 있다가. 몸 좀 괜찮아 지시면 이제 이직하고.
다시 또 일을 하겠지요.
일어나서 씻고 출근하고. 일하다가 보배도 보고. 퇴근하고 맥주 한 캔 따고. 월급 들어오면 아버지 모시고 맛있는 것도 먹고. 살이 좀 찐거 같으면 다시 운동도 살짝 하다가. 그러다가 또 공부하고 싶은 게 생기면 퇴근 후 자격증도 따고. 나름. 그렇게 또 2년 3년 순식간에 흐르고.
올해 연말은 다사다난 할 듯 싶네유.
벌써 두시네. 잡시다. 새벽반~. 피곤하네유. 주절 주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