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는 순간
나는 숨을 한 번 깊이 들이쉬고 초인종을 눌렀다.
워싱턴 D.C., 로렌이 살고 있는 아파트 앞.
"제발 아직 여기 있어라…"
문이 열렸다.
그리고
로렌이 서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질끈 묶은 채, 편안한 회색 후드티와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었다.
완전히 집에서 쉬고 있는 복장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엔 완전한 충격이 서려 있었다.
눈을 깜빡이며 나를 쳐다보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Park…?"
(…박?)
그 순간, 나도 말을 잃었다.
그리고 로렌의 표정이 변했다.
"What the hell are you doing here?!"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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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영접, 1년 반 만의 재회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서 있었다.
하지만 로렌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순간,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손을 뻗어 내 얼굴을 만져봤다.
"Park… is this really you?"
(박… 너 진짜야?)
그녀의 손끝이 내 볼을 스쳤다.
나는 가볍게 웃었다.
"Yeah. It’s really me. If I were fake, would I have made it all the way here?"
(진짜지. 가짜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겠어?)
그 순간
로렌이 내 옷깃을 확 잡아끌며
단숨에 나를 안으로 끌어당겼다.
문이 쾅 닫혔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안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1년 반 만의 실물 영접.
너무도 익숙한 향기, 너무도 그리웠던 온기.
나는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으며
모든 걸 쏟아붓듯이 키스했다.
로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내 목을 감싸 안고, 꼭 붙잡았다.
1년 반 만에 만난 우리.
서로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그 모든 감정이 터져 나왔다.
그러다
로렌이 갑자기 나를 밀어냈다.
나는 깜짝 놀라 바라봤다.
"Lauren…?"
(로렌…?)
그녀는 갑자기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더니,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울었다.
단순한 눈물이 아니라, 오열했다.
"H-Holy shit…"
(흐… 흑… 세상에…)
어깨가 들썩이고, 숨이 가빠졌다.
나는 얼어붙었다.
"Lauren…"
(로렌…)
하지만 그녀는 내 말을 듣지 못할 정도로 울고 있었다.
"P-Park, you idiot… what the hell… how are you even here…?"
(박, 바보야… 너 미쳤어…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았다.
그녀의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Lauren, I’m here now. It’s okay."
(로렌, 나 왔어. 이제 괜찮아.)
그러자 그녀가 내 품속에서 머리를 저으며 흐느꼈다.
"No, it’s NOT okay…!"
(아니야… 아니야… 괜찮지 않았어…!)
그녀의 손이 내 등을 세게 붙잡았다.
"Do you have ANY idea how hard it was without you?!"
(너 없으니까… 너무 힘들었어…!)
나는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I’m never leaving again."
(이제 다시는 안 떠날게.)
그녀는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
"Don’t say that… If you’re lying, I.. I won’t survive it this time…"
(그런 말 하지 마… 거짓말이면 나 진짜 못 버틸 거야…)
나는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It’s not a lie. I promise. I will never leave you again."
(진짜야. 이번엔 절대 안 떠나.)
그 순간
로렌이 힘껏 나를 안았다.
"You idiot… you idiot… you idiot…"
(바보야… 바보야… 바보야…)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게 웃었다.
"Yeah. I’m your idiot."
(그래. 너만의 바보.)
그녀는 여전히 흐느끼며 내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Just… stay with me. For real this time."
(진짜… 이제 내 옆에 있어 줘.)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I will. Forever."
(평생 있을 거야.)
로렌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Then don’t run away from me ever again."
(그럼 이제… 나한테서 도망가지 마.)
나는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Never again."
(절대 안 도망가.)
로렌은 작게 웃었다.
"Took you long enough, rookie."
(참, 오래도 걸렸다. 신병.)
그 순간, 나도 피식 웃었다.
카투사 신병 시절.
그녀가 내게 처음 관심을 보였던 순간.
그리고 그녀가 내게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You said if I ever need help with anything, don't be afraid to ask you, right?"
(너 그때 그랬지?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마침내 진심을 전했다.
"Well… I need you."
(응… 난 너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