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내차소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고 저 또한 언젠가 "첫 차"가 생기면 올려야지 라고 다짐했었는데 어느덧 꽤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보배 형님 누님들께 보여드릴 차는 제 첫 차도, 재밌는 차도, 요즘 차도 아닌 오래된 골동품입니다.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을 훌쩍 넘은 30년 넘은 어르신 말이죠.
처음 복원이 이루어지기 전 모습.
지난 2020년 겨울에 처음으로 올드카 라이프에 뛰어들었습니다. 제가 한 여덟번째 차주였던 걸로 기억하네요. 이전 차주분께서도 신경을 많이 써주셨던터라 큰 돈 들인적 없이 편하게 타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아. 부식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요 녀석은 재도장이 오래전에 올라갔는데 시간이 지나니 여기저기 난장판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약 2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했고 어느날.. 앞을 살짝쿵 박살내는 바람에...앗....아아........
지난 가을,
이참에 싹 뜯어고쳐버리자!!!하며 공업사로 보낼까 말까 하는 상황에 우연히 한 할아버지께서 차를 판매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강원도 정선의 조용한 마을에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박카스 한박스를 들고 룰루룰루~~ 그리고 제 눈 앞에는 오래된 슬레이트 창고에서 잠들고 있던 르망이 드러났습니다.
벤츠 르망 ㅋㅋ
백발 할아버지의 1인 신조 차량.
누적 주행거리는 9만 5천 여 km.
1991년 5월에 등록된 90년형 르망이자 1991년 생산분의 GTE 스페셜 패키지 사양입니다. LCD 클러스터와 이퀄라이저가 들어간 살롱이 아닌 점이 아쉽지만요. 결국 첫번째 르망과 똑같은 조합을 다시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강원도에 있던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부식없이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일주일 후에 다시 돌아와 이전처리까지 모두 끝마치고... 마지막으로 정선을 떠나기 전에 차주분과 사진을 남겼습니다. 인수하기 전까지 호탕한 웃음을 지으시던 할아버지께서 마지막에 눈망울이 촉촉해지시더군요.
그렇게 데려온지 9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열심히 장거리를 타주는 바람에 현재 주행거리는 11만 km.
어르신을 너무 혹사시키는게 아닌가 싶지만 이때아니면 나중에 못굴린다 라는 생각으로 타고 있습니다.
후드와 범퍼는 도장이 한번 들어갔지만 그 외 나머지는 본래 칠 그대로 유지 중이었습니다. 스월마크가 많을 뿐 광이 살아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91년 뉴-르망이 등장하기 직전에 마지막 91년형 모델이 존재합니다. 이 때 르망의 특징을 꼽자면 투톤이 없어지고 원톤 컬러로 변경 그리고 로얄 프린스처럼 스모키 램프가 적용되었다는 것이죠.
지나가다가 구경하신 경찰관님께서도 아 대우는 역시 시커먼 쓰모키 램프지!
90년형에서 91년형으로 바꿔주고 초여름에 있던 종합 검사에서도 단번에 통과했네요,,ㅎㅎ
가장 오랜 로망은 르망이 아니라 로얄 살롱이지만... 비슷하게 생긴 생김새로 위안을 얻습니다.
전장은 길지만 폭이 좁다보니 롤링이 심한 편입니다. 덕분에 고속 주행시 촤~~~~악 가라앉는게 일품입니다.
없어진 해동 화재와 그 시절 유행하던 사제 ABS. 효과는 커녕 겁나게 밀리고 있습니다,,
실내 내장재는 물론 시트 또한 최상의 컨디션. 물론 세월이 흐른 흔적이 남아있긴 하지만요
집 장롱 속에서 잠들고 있던 20년 넘은 뜨개질 시트와 아버지께서 쓰신 모토로라 브라보를 더해줬습니다 ^^7
그 시절 아이템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CB 무전기는... 차주분께서 사냥 다니실때 사용하신 듯 합니다.
요즘 경차보다 안나가는.. 88마력 TBi 전자식 카뷰레터 엔진입니다. 인젝션이 하나밖에 없어 매우 경제적이죠..(?)
롱 기어비 덕분에 3,000 rpm에 120 km/h로 고속 주행시 평균 연비가 15~16km/L 정도 되는거 같습니다. 다만 시내에서는 9~10 정도 나오는거 같네요.
32년이 흘러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광.
누군가에게는 추억이거나 골동품이겠지만 저는 이 어르신과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두대 모두 수동이다보니 왼발이 비오는 날이면 덜덜덜 떨고 있지만 아무렴 이때 아니면 언제 재미를 느끼겠나 싶습니다.
드디어 제차를 내차소에 올리게 되었네요..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