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전기상용차 국고보조금’ 개편 파장
LFP배터리 중국산 전기버스·전기화물밴 업체들
“국고보조금 50~70% 축소로 경쟁력 상실됐다”
리튬이온으로 대응한 버스 업체들은 “별무영향”
비야디 T4K 전기트럭, 올해 두달 동안 판매 ‘1대’
비야디 전기버스(왼쪽)와 하이거 전기버스(오른쪽).
환경부가 지난 2월에 발표한 ‘2024 전기상용차 국고보조금’ 개편 내용에 따라 기존 LFP(리튬인산철)배터리를 탑재한 챠량 판매에 급제동이 걸렸다.
특히 LFP배터리를 겨냥한 정책으로 버스보다는 중국산 소형 전기트럭과 화물밴 시장은 거의 초토화되면서 코마(Coma·혼수)상태에 빠졌다. 물론 정부는 대외적 명분으로 ‘배터리 환경성계수’를 따져 가치에 따라 보조금을 책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3월호(14쪽/LFP 배터리 정기상용차 철퇴…국고보조금 최대 76% 깎았다) 후속 내용으로 LFP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을 수입 판매하고 있는 업계 동향을 살펴봤다.
중국산 대형 전기버스, LFP냐 아니냐에 보조금 영향 커
중국산 전기상용차를 겨냥, 배터리 사양에 따라 보조금을 축소한 올해 전기상용차 국고보조금 정책은 사실상 중국산 대형 전기버스에는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상당수의 중국산 전기버스 수입업체들은 보조금 삭감이 예고된 LFP배터리 대신 보조금 삭감이 덜한 리튬이온이나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동급 버스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한 중국산 중대형 전기버스는 올해에도 국내 시장을 흔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상용차 등록 데이터를 가공, 본지에 독점 제공하고 있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판매(신규등록 기준)된 전기버스(소형 및 중대형급)는 총 309대로 나타났다.
이중 현대자동차가 136대로 가장 많았으며, 하이거 89대, 우진산전 49대, 범한자동차와 비야디(BYD)가 각각 13대를 기록했다. 이중 하이거는 주로 대형급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7대에서 9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이온 배터리로 대응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LFP배터리인 비야디는 마이너스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버스 보조금 삭감은 LFP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 중국산 전기버스를 의식한 정책이지만, 리튬이온 중국산 전기버스에는 전혀 약발이 안 먹히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중국 수입 전기버스 상위 5위권 브랜드를 보면 비야디가 총 438대를 판매해 최고의 실적을 냈으며, 이어 하이거(394대), CHTC(207대), 킹룽(85대), 황해(32대) 순이다. 여기서 LFP배터리 탑재차량은 비야디와 스카이웰, 황해, 등이며 상위 5위권은 아니지만 스카이웰도 범주에 포함된다.
수입버스 중 1위 자리를 군림하고 있는 하이거는 1개 차종을 제외하고 모두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사실상 국고보조금 개정에 따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하이거 버스 관계자는 “지난 2년 전부터 준비를 해 왔기 때문에 현재 보조금 정책변화로 인한 영향은 받고 있지 않고 있다”면서 “올해 국내에 생산시설을 구축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경우 수입버스가 아닌 국내 생산차량으로써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LFP배터리 탑재 중국산 대형 전기버스 업체들 “멘붕”
지난해 중국산 대형버스 판매 상위권에 든 비야디와 킹룽은 국고보조금 정책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시티라이트 시리즈 모두 LFP배터리가 탑재된 차량들로 보조금이 모두 절반 이상 줄어들였기 때문이다. 이에 판매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배터리 교체로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 실정이다.
중국산 버스 관계자는 “어느 정도 지원금 삭감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절반 규모로 결정이 될 줄은 예상도 못했다. 현재 멘붕이 온 상태이다.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리튬이온배터리로의 교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다만 현재 정확한 일정이 나온 게 아니라서 올해는 사실상 전면 휴업상태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리튬이온배터리로 교체를 해도 국내에 들어올 때는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예상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여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많은 업체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기버스 1월과 2월 판매량을 보면 하이거버스를 제외하고 LFP배터리를 탑재한 중국 브랜드는 힘을 못 쓰는 가운데 우진산전과 범한자동차의 시장 확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LFP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범한자동차의 판매 점유 확대는 눈에 띄는 부분이다.
중국산 전기트럭과 전기 화물밴 업체 “할 수 있는 게 없다”
LFP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소형 전기트럭과 전기 화물밴 수입사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비야디 T4K 트럭은 4월부터 판매가 시작돼 연말까지 213대가 신규 등록되서 올해도 많은 기대감을 가졌으나 국고보조금이 62% 삭감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1월과 2월 통틀어 1대만 판매되는 충격적인 결과도 이어졌다. 월평균 18대를 기록한 지난해와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T4K 트럭을 수입·공급 중인 GS글로벌 등 대형 수입사의 상황이 이런 가운데 중소 규모 수입사들의 처지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부터 중국에서 전기 화물차를 들여와 본격적으로 판매하려던 C기업은 현재 망연자실한 상태다.
GS글로벌이 수입, 판매하고 있는 비야디(BYD)의 소형 전기트럭 'T4k'
지난해 11월 자동차인증 절차를 모두 마친 C기업은 기존차량과 달리 신규차종이라 보조금 책정이 안 된 상태에서는 판매를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인증을 마친 후 환경부로부터 보조금책정 결과만을 기다렸으나, 3월 현재까지도 묵묵부답이다. 이런 와중에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침이 확정 발표되면서 LFP배터리 차량의 구매지원금이 70% 이상 삭감되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C기업 대표는 “국고보조금 정책으로 사실상 판매 자체도 어렵게 된 상황이라 답답한 지경이다. 판매를 위해 중국에 발주를 낸 차량 중 일부는 국내에서 보관하고 있지만 어떻게 판매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서 “우리도 매년 10%에서 20% 정도 보조금이 삭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그에 맞춰 준비를 해 나가려 했지만 올해 최저 50%에서 최대 76%까지 삭감돼 멘붕에 빠진 상태”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내에 차량을 들여오기 위해 개발비만 6~7억을 투입했고, 차량 도입에만 총 12억 원이 들어갔지만 사실상 보조금이 막히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은 상황이다.
“많이 판매를 해야 가격을 낮출 수 있을텐데 물량을 판매도 못 하면서 중국기업 측에 가격만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니 벌써 신뢰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더라”라며 C기업 대표는 절망감을 표했다.
지난해 M*트럭 17대를 판매했던 수입사도 올해에는 사실상 판매가 어렵게 됐다. 전체 차량모델들의 보조금 지원규모가 최소 72.6%에서 최대 76%까지 삭감돼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둥펑쏘콘의 전기화물밴 '마사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말하기 조심스럽다. 중국산 차량에 대한 반감이 큰 만큼 대응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쉽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몇몇 업체들을 삭감된 보조금액 만큼 구매고객에게 할일을 해 주는 등 고육지책을 내 놓고 있으나 수입관련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 상세한 통계와 그래프는 2024년 상용차매거진 4월호(122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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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호 기자 cjh@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