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단계부터 품질 면밀 확인…'꿈의 배터리' 전고체 등 기술 개발 매진

연말까지 '대규모 양산' 준비 시설 확충…"자체 생산보단 파트너사 협력"


e캠퍼스에서 전극 생산 단계인 '캘린더링' 작업을 하는 작업자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운터튀르크하임[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주도이자 독일에서 6번째로 큰 도시권인 슈투트가르트 내 운터튀르크하임 지역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본사와 공장이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찾은 120년 역사의 운터튀르크하임 벤츠 공장의 중심부에는 유독 새것인 듯 깔끔한 외관의 큼지막한 회색 건물이 있었다. 바로 지난 7월 면적 1만㎡ 규모로 문을 연 벤츠의 전기차 배터리 셀 연구개발(R&D) 센터 'e캠퍼스'다.


이곳은 바로 벤츠가 전기차 배터리의 기본 단위인 셀을 자체 개발·생산하기 위한 배터리 내재화 전략의 실현을 위해 세운 종합 전진기지다. 전극 생산부터 셀 조립과 전해질 충전, 초기 충전·방전까지 배터리 생산의 모든 단계를 갖춘 연구 시설을 통해 셀 단위부터 '벤츠의 DNA'를 탑재,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과 성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벤츠 e캠퍼스 및 본사 전경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캠퍼스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배터리의 원료가 되는 흑연 파우더와 동전 모양의 '코인 셀'이었다.


코인 셀을 활용하면 개발하려는 배터리의 특성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배터리의 핵심 구성요소인 양극재와 음극재가 어떤 화학적 성분으로 조합되느냐에 따라 용량과 충전 속도 등이 결정되기에 기초 단계부터 면밀한 테스트를 거친다는 설명이다.


마틴 프레이 e캠퍼스 셀 기술팀 리더는 "기본 단계에서부터 셀의 화학적 구성 등 핵심성과지표(KPI)가 만족이 돼야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까지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만족스러운 품질이 나오면 전극과 결합한 파우치를 만들고, 가로 30㎝, 세로 10㎝가량의 얇은 은빛 파우치형 배터리 셀을 구성한다. 이런 셀 수십 개를 결합하면 배터리 모듈이 되고, 모듈이 10개 정도 모이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팩'이 된다.


이날 e캠퍼스에서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을 개발하는 공정도 살펴볼 수 있었다. 보호 헬멧을 쓰고 전신을 가린 방호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화학반응으로 전기 에너지를 생성하는 활물질과 용매를 섞어 슬러리를 만들고, 이를 롤러로 포일에 얇게 코팅하는 '캘린더링' 작업을 하고 있었다.


슬러리 생산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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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방에만 e캠퍼스 산업 셀 연구소 운영 담당 매니저는 "양극 슬러리를 알루미늄 포일의 양면에 동시 코팅해 공정 시간을 줄이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일에 건조와 압연 작업을 거쳐 코팅한 전극의 두께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린다. 이를 배터리의 설계 규격에 맞춰 6개로 절단하고, 스태킹 작업과 전기 에너지 활성화 공정 등을 거치면 셀이 완성된다.


e캠퍼스 내에서 수백 명의 연구원들은 실리콘 복합재 기반 고에너지 음극을 탑재한 리튬이온전지, 코발트프리(NMX) 양극재,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업계 최고 수준인 900Wh/L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일종의 소규모 배터리 셀 제조 공장을 방불케 하는 e캠퍼스 내부 곳곳에는 빈 곳이 있었다. 방에만 매니저는 "실제 배터리를 양산하는 곳이 아닌 R&D 센터이기에 셀 포맷을 바꾸거나 다른 기계를 쓸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공간을 남겨 뒀다"고 했다.


e캠퍼스에는 올해 연말까지 2만㎡ 규모의 배터리 테스트 및 검증 센터가 증설돼 총규모가 3만㎡로 늘어난다. 이곳에서 배터리의 안전성과 수명을 종합적으로 시험·검증하는 것은 물론, 대규모 양산을 위한 제품과 공정 개발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완성된 배터리 셀이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옮겨지는 모습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e캠퍼스의 연구개발용 셀 생산 역량은 1년에 수만 개 남짓이지만, 향후에는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상당 부분을 자체 조달할 수도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벤츠는 e캠퍼스를 통해 벤츠 DNA를 갖춘 셀을 만들고, 향후 수년 내에 배터리 생산 비용을 30% 넘게 절감하며 배터리 수급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다만 벤츠는 아직 자체 배터리 셀 양산을 목표로 하는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또 이런 셀을 개발한 뒤에도 자사 공장을 통해 본격적인 생산에 나서기보다는 현재의 여러 파트너사와 협력해 공급을 이어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벤츠는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중국 CATL, 파라시스 등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벤츠 배터리 개발 책임자인 우베 켈러 박사는 "우리의 기본적인 목표는 벤츠의 DNA를 가진, 벤츠만의 고유한 고성능 셀을 만들고 파트너사와 함께 양산하는 것"이라며 "셀 공급업체에 지식을 전수해 생산을 맡기거나, 셀 업체와 조인트 벤처(JV)를 세우는가 하면 지분 투자를 하는 등 다양한 형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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