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20% 시장 성장…중국 주도 속 현대차 포함 OEM 진출 속도

하이브리드 대비 배터리 탑재량↑…K-배터리, 주요 OEM과 논의중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는 완성차업체(OEM)들이 전기차를 보완할 틈새시장으로 주행 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EREV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하면 전방 수요 둔화로 시름하던 배터리 업계에 보릿고개를 극복할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기아, 2025 CEO 인베스터 데이

(서울=연합뉴스) 송호성 기아 사장이 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아의 중장기 사업 전략과 재무 목표 등에 설명하고 있다. 2025.4.9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2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전기 픽업트럭을 개발하면서 이를 보완할 EREV 모델 개발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최근 '2025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EV 픽업은 기아의 북미 픽업 전략의 중심이고, 동시에 EREV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며 "EV만으로 시장 대응에 한계가 있을 경우 EREV로 보완할 수 있도록 병행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EREV를 2026년 말 북미와 중국에서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EREV는 평소에는 전기차처럼 모터로만 달리지만, 배터리 충전이 부족할 때는 소형 엔진이 발전기가 돼 전기 충전을 돕는 차를 말한다.


전기차 대비 배터리를 50∼70% 수준 탑재해 차량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충전 인프라 부족에 따른 제약을 해소하는 이점이 있다.


이미 중국에서는 EREV 시장이 개화해 차량이 출시되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EREV는 약 131만여대로, 2023년(65만대)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EREV 대표주자인 리샹(리오토)은 지난해 총 52만5천대의 EREV를 판매했고, 세레스와 창안자동차 디팔은 각각 41만여대, 15만여대를 판매했다.


글로벌 OEM도 EREV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 램은 하반기 EREV 픽업트럭 램차저1500 출시 예정이며, 포드는 대표 상용 밴 트랜짓의 EREV 버전을 2027년 전까지 공개할 계획이다.


중국 리오토 Li L9

[리오토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시장에서는 EREV가 전기차 전환의 과도기적 기술로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PHEV에는 전기차 대비 20% 수준의 배터리만 탑재되는 만큼 그보다 2배 이상 많은 배터리가 들어가는 EREV의 등장은 배터리 업계의 수요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EREV는 주로 중대형 차량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동급의 전기차보다는 적더라도 꽤 많은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될 수 있다"며 "기존 배터리셀을 EREV용 배터리로 활용할 수 있어 연구개발(R&D) 비용이 절감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 리서치 인텔렉트는 글로벌 EREV 시장이 약 20%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기록하며 2031년 5천18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계는 EREV 출시를 계획한 주요 OEM들과 배터리 공급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K온은 작년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대차의 EREV 출시 계획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의 주요 벤더 중 하나로서 EREV형 배터리 대응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PHEV에 이어 EREV의 등장으로 '100% 전기차 시대'가 늦춰지면 배터리 업계가 바라는 호황기도 기대보다 미뤄질 수 있다.


이정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배터리 PD는 "캐즘 국면에서 전기차·배터리 시장에 새로운 기회가 열린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EREV 시장 확대로 전기차의 입지가 줄어든다면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업계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writer@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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