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이 내란혐의로 법정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약 8분간 직접 발언하며 계엄 선포를 칼에 비유하며 계엄은 내란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칼의 순기능과 악기능에 대해 설명하며 칼을 썼다고 무조건 살인이라고 도식적으로 봐서 안 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2차 공판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첫 공판에 이어 이날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 차량을 타고 지하 주차장을 통해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계엄은 어떻게 보면 ‘칼’과 같다. 칼이 있어야 요리도 해 먹고, 산에 가서 나무를 해서 땔감도 쓰고 아픈 환자를 수술할 수도 있다”면서 “(반대로) 칼로는 협박, 상해, 살인 등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칼을 썼다고 해서 무조건 ‘살인’이라고 도식적으로 봐선 안 된다”고 했다. 칼을 썼다고 해서 무조건 범죄라고 볼 수 없는 것처럼, 계엄도 그 목적과 맥락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다. 윤 전 대통령은 “결국 이것(계엄)이 장기 독재를 위한 친위 쿠데타라는 게 증명됐는지 그러한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계엄은 이전 대통령들의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집권 계획을 갖고 국정을 장악하려는 12·12나 5·18 사태의 계엄 선포와는 다르다”라며 “시국 수습이라는 하나의 집권 계획을 갖고 그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계엄이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형기 특전사 1특전대대장은 “23년간 군 생활하면서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게 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다”라며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에 충성하고 조직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 했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윤 전 대통령을 검사 시절 스타로 만들었던 유명한 발언이다. 윤 전 대통령은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었던 2013년 당시 서울고검 국정감사장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충성하는 것이냐’는 의원 질문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바 있다.
김 대대장은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달라. 제 부하들은 항명죄도, 내란죄도 아니고 아무 잘못이 없다”고 했다. 이어 “저는 군이 정치적 수단에 이용되지 않도록 제 뒤에 앉아 계신 분(기자)들이 날카로운 비판과 질책을 통해 감시를 해 주길 바란다”며 “그래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죄송하다”고 했다.
김 대대장의 발언 동안 윤 전 대통령은 무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정면을 응시했다. 김 대대장 발언 말미에는 살짝 눈을 떠 그를 응시하기도 했다.
이날 김 대대장은 “계엄이 선포된 작년 12월 4일 오전 1시경 이상현 제1공수특전여단장에게 ‘대통령 지시다, 문을 부숴서라도 의원을 끄집어 내라’는 지시를 받았냐”는 검찰의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57분쯤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입정했다. 남색 양복 차림에 붉은 넥타이를 하고 머리를 반듯하게 빗어 넘긴 모습이었다.
윤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플래시가 터졌다. 윤 전 대통령은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고 입을 굳게 다문 채 피고인석에 앉아 정면을 응시했다. 촬영이 끝나고 재판부가 장내를 정리하자 윤 전 대통령은 옅게 미소를 짓고, 자신의 변호인단 위현석 변호사에게 귓속말을 하기도 했다.
앞서 재판부는 취재진의 법정 촬영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 의견을 묻는 등 필요한 절차를 밟은 후 국민들의 관심과 알 권리 등을 고려해 이전 유사 사건과 마찬가지로 공판 개시 전에 한해 법정 촬영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는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에 대한 윤 전 대통령 측의 반대신문도 진행됐다. 조 단장은 첫 공판에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으로부터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실행 가능한 작전이었는지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송진호 변호사가 “국회에 와서 빈몸으로 작전을 투입시켰는데, 내란죄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것 아니냐”고 묻자, 조 단장은 “그 상황은 이례적”이라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조 단장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임의로 해석해 부하들에게 ‘국회에 있는 의원을 끌어내라’고 전했다는 취지로 따져 물었다. 윤갑근 변호사는 “검찰에서의 진술, 헌법재판소에서의 증언, 법정에서의 진술이 다른데 무엇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조 단장은 “어떤 것은 기억이 뚜렷하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 투입된 부대는 국회 내부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는 임무를 부여받았고, 그런데 상황이 이례적이니 대기하면서 예의 주시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지시한 것이 아니라 하명받은 임무를 설명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다.
이후에도 윤 전 대통령 측이 비슷한 질문을 하자 재판부는 “변호인의 신문 기법이 있겠지만 말씀을 다 듣고 해달라”며 중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