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ground: 터보팬 엔진과 엔진의 뚱땡이화

 

 

-현재 프로펠러 엔진들이 2차대전 때 쓰던 구닥다리? 가스터빈으로 날개만 돌리는 제트엔진

-팬이 너무 커지다 보니 737 같이 동체 낮은 애들은 날개 밑에 달기 버거울 수준까지 이르러

-737 max 엔진 너무 앞으로 빼다 발란스 무너져. 발란싱 알고리즘 도입한 것이 참사로 번져

 

 

현재 날아다니고 있는 사실상 모든 대형 항공기에 쓰이는 엔진은 turbo fan이라는 형태의 가스터빈 엔진이다. 얘는 사람들이 낡았다고 비웃는 프로펠러 엔진과 작동 원리는 같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일반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현재 쓰이는 프로펠러 엔진들이 2차 대전 때 쓰던 피스톤 방식의 구닥다리 엔진과 같은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으며,

 

2. 현재의 프로펠러 엔진들은 가스터빈으로 날개만 돌리는, turbo prop이라고 불리는 엄연한 제트엔진이라는 것을 몰라서 그런 것.

 

어쨌든, 터보팬과 터보프랍 둘 다 공통적으로 가운데 있는 가스터빈으로 앞에 있는 큰 선풍기 날개를 돌려서 비행기를 날려 보내는 것은 동일하다.

 

간단히 생각하면 엄청 강력한 모터에다 크나큰 선풍기 날개를 달아서 날라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당연히 대부분의 추력은 가운데 있는 가스터빈이 아니라 앞에 있는 날개, 즉 프로펠러(turbo ‘prop’) 이나 팬(turbo ‘fan’)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말은 엔진의 힘이 견디는 한 가장 큰 블레이드(날개?)를 만들어 최대한 많은 바람을 내는 게 효율적이 된다는 의미이다.

 

 

737 max도 커진 엔진을 기형적일 정도로 앞으로 빼는 바람에 전반적인 발란스가 무너져 그걸 상쇄하는 발란싱 알고리즘을 도입했다가 잘못되서 참사가 난 것이다.

 

하지만 앞에 있는 블레이드들을 돌리는 가스터빈도 공기를 먹기 때문에 가스터빈에 들어가는 공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fan이나 프로펠러를 지나가게 되고, 이 유량이 추력과 바로 직결된다. 이 때 가스터빈으로 들어가는 유량 대비 fan이나 프로펠러로 들어가는 유량의 비율을 bypass ratio라는 하는데(가스터빈을 bypass하는 상대적 양), 이 양이 높을수록 추력이 큰 엔진이 되는 것이다.

 

프로펠러 엔진인 터보프랍은 프로펠러를 감싸는 통이 없으니 이 bypass ratio가 무한대이고, 터보팬 엔진은 팬을 감싸는 통(카울링) 안에 있어 그 통 안으로 들어가는 유량이 한정되어 있기에 일정 비율의 bypass ratio를 가진다. 참고로 카울링은 팬을 지난 공기의 흐름을 부드럽게(?) 해줘서 효율을 높이고 소음을 줄이는 데 크나큰 역할을 한다. 특히 고속에서 그렇다. 껍데기 덕분에 bypass ratio가 낮음에도 프로펠러 엔진보다 터보팬 엔진이 훨씬 더 많이 쓰이는 이유가 이것이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현재의 엔진은 과거에 비해 팬의 크기가 엄청 커졌으며, 너무 커지다 보니, 737 같이 동체 높이가 낮은 애들은 날개 밑에 달기에 버거울 수준까지 이르렀다. 여러분들이 공항 가셔서 보셨겠지만, 어떤 비행기들은 엔진 바닥이 납작하게 눌러진듯한 모습을 한 경우도 있다. 그게 바로 엔진 성능 향상에 따라 팬 사이즈를 계속 키우다 보니 카울링이 땅에 닿을 지경에 이르러 어쩔 수 없이 저런 식으로 바닥을 납작하게 만든 것이다.

 

이번에 사고난 737 max도 팬 사이즈가 너무 커진 엔진을 어거지로 달다보니 엔진을 기형적일 정도로 앞으로 빼는 바람에 전반적인 발란스가 무너져 그것을 상쇄시켜 주려고 자체 발란싱 알고리즘을 도입했는데, 그게 잘못되서 참사가 난 것이다.

 

참고로 현재 GE의 주력 엔진인 LEAP은 에어버스 320에 들어가는 LEAP-1A, 보잉 737 Max에 들어가는 LEAP-1B, 보잉과 에어버스에 덤비는 중국 상용기 회사 코맥에 들어가는 LEAP-1C 세 가지가 있다(납품 항공사 첫 글자 따서 각각 ABC 로 명명).

 

LEAP-1A의 bypass ratio는 무려 11대1 에 달한다. 이 말은 1의 공기가 가운데 가스터빈을 지날 때 11의 공기는 저 엔진 정면에 보이는 팬을 지나간다는 말이다. 당연히 출력도 엄청나게 증가한다. 하지만 보잉용 LEAP-1B는 날개 높이가 낮아서 1A 만큼 크게 못만들어서 9대1 정도의 bypass ratio를 나타낸다. 대신 엔진 회전수를 높여서 출력 저하를 메꿨다.

 

LEAP은 세기의 베스트셀러인 CFM-56의 후계자 엔진인데, CFM-56의 bypass ratio가 5대1 에서 6대1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뻥튀기된 것이다. 가스터빈 엔진의 효율과 출력의 증대가 이런 엔진 팬의 거대화를 불러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fan 사이즈의 증가는 여러 가지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

 

 기존 turbofan 엔진의 문제점과 geared turbofan의 등장

 

-추력 늘리려 프로펠러 크기와 회전수 높이면 프로펠러 끝 속도 음속 접근. 충격파로 효율 급락

-최신 엔진은 커진 팬 사이즈로 인해 최대효율 뽑아낼 수 있는 팬의 회전수는 오히려 더 낮아져

-엔진 무게 증가로 인한 연비 손해, 같은 무게 금값 육박. 기존 터보팬에 기어 추가해 문제 해결

 


1편에서는 터보팬(turbofan) 엔진이 어떻게 뚱땡화되고 있는지 설명했다. 한 마디로 가스터빈 성능이 증대함에 따라 돌릴 수 있는 팬 사이즈가 커진 것이다. 하지만 뭐든지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고, 팬 사이즈가 너무 커지면 또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문제는 프로펠러 엔진의 약점들과 상당히 유사하다.

 

그건 바로 고속에서 심각한 효율 저하와 소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큰 추력을 내려면 프로펠러 사이즈가 커야 하고, 회전수가 빨라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고속에서 프로펠러 끝이 움직이는 속도는 거의 음속에 가깝게 되고 그러면 충격파가 생겨서 효율이 급락한다. 이런 현상이 특히 심한 것이 헬리콥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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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끝이 아주 빨리 움직임으로써 블레이드 주변을 넘어가는 유동이 음속을 왔다갔다 하면서 블레이드에서 소용돌이 형상을 하며 떨어져 나온다(wake). 타타타타 하는 헬기 소음이 바로 이 유동이 다음 블레이드에 직통으로 얻어맞아서 찢어지면서 공기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소음이 클수록 낭비되는 (dissipation) 에너지도 커지고, 따라서 헬리콥터 제작사들은 이 소음을 줄이는 데 많은 투자를 한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선풍기 날개 모양의 물건들은 직경에 따라 효율적으로 돌릴 수 있는 최대 회전수가 어느 정도 정해진다는 것이다. 즉, 빨리 돌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커지면 커질수록 더 천천히 돌려야 최대의 효율을 뽑을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출력을 낼려면 당연히 더 빨리 돌리거나 더 키워야 하는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터보팬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선풍기 모터에 해당하는 가스터빈이 선풍기 날개에 해당하는 팬을 돌리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가스터빈의 회전수에 따라 팬의 회전수도 결정된다는 얘기이다. 가스터빈은 연비와 출력 향상을 위해 예전에 비해 훠얼씬 더 고온 고압에서 작동하며, 따라서 더 회전수도 더 높게 나온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큰 bypass ratio를 가지는 엔진에서는 커진 팬 사이즈로 인해 최대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팬의 회전수는 오히려 더 낮아진다. 팬을 가스터빈의 빨라진 회전수에 맞추려다간 오히려 효율이 떨어질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따라서 요즘의 터보팬은 팬의 속도를 강제로 낮추기 위해 가스터빈 후미에 터빈 스테이지를 필요 없는데도 속도를 줄이기 위해 더 추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굳이 비유를 하지면 빨리 달릴 수 있는 애가 다칠까봐 좀 늦게 달리라고 발에 모래주머니를 채운 격이라 할까.

 

그러다 보니 불필요한 터빈과 압축기 스테이지로 인해 비행기 엔진의 무게가 증가하고 더해서 불필요한 연비 소모에 비싼 부품을 더 다는 2중의 비효율이 발생한다. 참고로 비행기의 무게 증가로 인한 연비의 손해는 수십년 동안 굴리는 비행기 수명을 생각하면 같은 무게의 금과 비교할 수준이다.

 

이러한 모순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앞의 큰 팬은 천천히 돌리고 가운데 가스터빈을 빨리 돌려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그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느리게 도는 팬과 빨리 도는 가스터빈 샤프트 사이에 기어박스를 하나 설치해 둘 사이의 회전 속도를 다르게 하는 것이다. 즉, 기존 터보팬에다 기어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고, 그게 바로 ‘geared’ turbofan 이다.

 

 

Pratt & Whitney geared turbofan PW1000G Pure Power와 다른 길을 간 GE

 

-기어 마모, 윤활유 소모/변질, 열 손실 해결 어려워. GE, 연소기 개선과 팬 효율 개선에 집중

-Pratt & Whitney, 근 30년 매달린 끝에 PW1000G라는 엔진 family 제품 내놓고 양산 착수

-항공업계의 game changer 등장에 GE 긴장. geared turbofan 개발하지 못하면 결국 몰락

 

사실 geared turbofan의 아이디어는 정말 간단한데(기어 박스 하나 추가), 이게 수십 년 동안 제대로 상용화 못된 이유는 바로 내구성 때문이었다. 비행기 엔진은 수백 킬로미터(if not thousand km…)를 날아갔다 내려 앉자마자 다시 수백 킬로미터 날아가는 생활을 최소 20~30년 동안 해야 하는, 신안 염전노예만큼이나 혹사를 겪는다.

 

기계적으로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기어 박스의 수명을 유지하기는 극히 어렵다. 특히 기어 마모, 윤활유 소모/변질, 열 손실 등의 문제에 직격으로 노출되는데, 이걸 해결하는 게 생각보다 무척 고난이도 과제라 GE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그냥 연소기 개선과 팬 효율 개선 쪽으로 가닥을 잡아 나갔다(LEAP, GE 9X, GEnX 등에 쓰이는 선혼합 기술 등).

 

반면, 경쟁사인 Pratt & Whitney는 불굴의 의지로 포기하지 않고 형제회사인 헬기 제조사 시콜스키까지 팔아가면서까지 근 30년을 매달린 끝에 2008년 시제품을 내놓었다. 그리고 2016년에는 PW1000G 라는 엔진 family 제품을 내놓고 양산에 들어가게 됐다.

 

<사진 1> PW 1000 계열 엔진을 장착한 에어버스 320의 기체.

<사진 2> 프랫앤휘트니 사의 엔진 마크.

 

PW1000G 시리즈는 기어박스로 인해 팬의 회전 수가 (~3000rpm) 가스터빈 회전 수의 1/3 밖에 안되어 연비와 소음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기어박스로 팬의 속도를 엄청나게 줄일 수 있기에 더 큰 팬도 장착 가능해졌다. 덕분에 bypass ratio도 크게 개선되었고, 결과적으로 경쟁 엔진인 GE Aviation LEAP-1A의 11:1 보다 10% 이상 큰 12.5:1의 비율을 달성했다.

 

GE에게는 더욱더 충공깽인 것이, P&W의 신형엔진은 오래된 연소기 기술을 씀에도 불구하고, GE가 geared turbofan을 포기하면서까지 연소 효율에 올인한 GE LEAP보다 연비까지 더 좋다는 점이었다. 순전히 기계적 효율을 높임으로써 연소 효율을 따라잡은 것이다.

 

하지만 큰 성공은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개발 과정에서 심각한 고비도 있었다. 에어버스 320 네오를 구매하는 고객은 GE의 LEAP-1A나 P&W의 PW1100G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P&W 신형엔진의 신상 스펙에 열광한 많은 항공사 고객들이 에어버스 320 네오를 주문면서 이 엔진을 많이 선택했다. 하지만 내구성에 문제가 일어나 납품이 지연되었고, 계획에 차질을 빚아 열받은 몇몇 항공사들은 손해배상을 요구하거나, 심지어 GE 엔진으로 갈아타기도 했다. 이 때 GE는 옆에 있다 떡고물을 많이 얻어먹은 셈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계적 문제점은 이제 많이 해결되었고, 매연, 크기, 무게, 연비, 소음 등 모든 분야에서 기존의 turbofan보다 앞서는 geared turbofan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건 항공업계의 game changer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E도 덕분에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 GE Aviation에게 있어 일어날 수 있는 최대의 악몽은 다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1. P&W 가 LEAP과 비슷한, 개선된 선혼합 연소기를 geared turbofan에다 달아서 내놓는 것

2. PW1100G 크기를 키워 wide body 항공기 시장에 내놓아서 GE9x 같은 대형 엔진 점유율을 갉아먹는 것

 

그리고, 이 두 가지 사태가 현실화하는 것은 사실상 시간 문제라 봐야 한다(앞으로 10년 이내?). GE 입장에서 과연 역으로 특허 지뢰밭 피해가며 geared turbofan 개발에 나설 것인지 업계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장기적 관점에서 geared turbofan을 개발하지 않으면 망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이야 LEAP, 9x 같은 엔진들이 날개돋힌 듯 팔리고, 같이 따라오는 서비스 매출도 두둑해서 최소한 20년 정도는 버티겠지만, 신기술 없이 그대로 있다간 저거 다 건져먹을 때 즈음에는 큰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

  P&W 1100G 엔진이 장착된 에어버스 320 네오를 타시게 되면 확실히 달라진 소음과 진동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에어버스 320 네오 엔진에 저런 간지나는 독수리 그림(사진 2)이 붙어 있으면 “아, 내가 항공기 엔진의 혁명적 제품을 보고 있구나” 라고 생각해라 

 

한국의 길 성만득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