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기 ‘주 69시간 노동’ 논란을 불러왔던 ‘근로시간 제도개편’을 고용노동부가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에게 ‘주 52시간 노동상한제’ 적용을 제외하는 내용의 ‘반도체 특별법’ 입법도 지원하겠다고 밝혀 장시간노동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노동부는 1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보고한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현장 노사의견 수렴 등 근로시간 제도개편의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노동부 차관은 전날 출입기자단 대상 사전브리핑에서 “주 40시간만 지키면 해결되는 시대가 아니다”며 “생산성,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면 어디서, 언제 일하는 게 무슨 상관이냐는 고민을 하고 있고, 현장으로 다시 가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동부는 2023년 3월 근로시간 개편안으로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현행 ‘주’ 단위(12시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선택지를 넓히는 내용을 발표했다가, 장시간 노동 논란으로 사실상 철회한 바 있다. 개편안대로 라면 연장근로를 몰아서 할 수 있어, 근로일간 11시간의 연속휴식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주 6일 근무 기준 최대 69시간 일할 수 있게 된다.
노동부 역시 대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반대 여론을 이미 확인했다. 정부는 2023년 11월 노·사, 국민 6030명 면접조사에서 노동자 58.3%는 ‘추가 소득을 위한 연장근로 의향' 질문에도 ‘없다'고 답했다. 게다가 사업주 85.5%는 ‘최근 6개월간 현행 근로시간 규정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고 했다. 노동부는 이런 조사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전달해 논의를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맡긴 상황인데, 또다시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받는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에게 ‘주 52시간 노동상한제’ 적용을 제외하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반도체 특별법)’ 국회 논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반도체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노동부는 적극 지원하겠다”며 “특별법이 시행되면 노동부는 근로자 동의가 있느냐, 산업안전 관련 11시간 휴식은 보장되느냐, 가산수당을 포기하면 성과 때 어떻게 보상하느냐 등 부분을 관리할 생각”이라고 했다.
현재 발의된 반도체 특별법안에는 적용 대상 노동자에 대한 건강 보호조처 관련 내용은 모두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노동계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해당 법안은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위원회도 통과되지 않은 상황인데, 소관 부처도 아닌 노동부가 통과되지도 않은 법률의 시행령 내용을 먼저 언급하고 나선 모양새다. 노동부 관계자는 “시행령에 담길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노동약자 지원’을 내세우면서도, 노동계가 요구해왔던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대해선 업무 추진계획에 진전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장 실태조사와 사회적 대화를 통한 단계적 적용방안을 논의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밖에 노동부는 일자리 예산을 상반기에 70% 조기 집행해 1분기 안에 전체 직접일자리 123만9천개 중 90%인 110만개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고용 불확실성에 대응해 신속한 취업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특화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설 일용직 근로자 취업지원센터도 현재 2곳에서 7곳으로 확대한다. 청년들에게 일 경험을 통해 맞춤형 직무체험을 제공하고, 빈일자리 업종에 취업한 청년에게는 2년간 최대 480만 원 등을 지원해 근속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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