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반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했을 때, 솔직히 망설였습니다. 

반장은 단순한 직책이 아닙니다. 반 친구들의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때로는 갈등 속에서 중재자가 되어야 하며,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에서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입니다. 

쉽지 않은 길입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굳이 이 험난한 길을 나서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인데 공부하기도 부족할 시간일텐데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시의원으로서 공동체를 위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딸에게 "흐름에 몸을 맡기고, 물살을 거슬러 오르려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세상은 도전하는 사람들에 의해 변화하며, 공동체를 위한 헌신은 강한 책임감에서 비롯됩니다.


결국, 이는 핏줄 속에 흐르는 어떤 기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동체의 무게를 더 짊어질 수 있는 사람이 기꺼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신념, 남이 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나서겠다는 마음가짐. 어쩌면 그것이 우리 가족이 삶을 대하는 태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딸아이는 반장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았습니다.


앞으로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고민스러운 순간도 많겠지만, 그 모든 과정이 결국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네가 속한 공동체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무엇보다도 너 자신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딸아, 임기를 잘 마치고 나면, 오늘보다 더 깊고 넓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애비는 그 길을 묵묵히 응원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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